[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고물가 행진 속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30대 A씨(서울 거주)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음을 확실하게 느낀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상품이라 즐기고는 있지만, 한편으론 서글픈 감정이 든다.
편의점들이 '초저가'를 앞세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전진 배치하면서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잦아지고 있다. 업체마다 제품별 최저가라는 점을 부각하며 고물가 여파로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는데, 우선은 성공하는 모습이다.
차별화된 상품으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집객 효과를 높여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 먹히는 것으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이마트24는 최근 PB '상상의 끝'을 출범하고 '1900원 김밥'과 '3600원 비빔밥'을 출시했다. 해당 김밥은 동종 상품 대비 45% 수준 저렴하지만, 햄·맛살·시금치·계란 등 필수 재료가 모두 들어있다. 비빔밥도 한돈불고기·로메인·콩나무물무침 등 7가지 고명을 올려 일반적인 편의점 비빔밥 퀄리티를 기대할 수 있는데, 가격은 다른 상품보다 20%가량 싸다.
이마트24는 PB 먹거리 상품을 시작으로 가성비 공산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마트의 노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초저가 상품 20종도 추가로 편의점에 들여온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는 2021년부터 PB '득템 시리즈'를 통해 라면, 계란, 티슈, 즉석밥 등 각종 상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해당 시리즈는 지난해에만 3000만개가 넘게 팔리며 누적 판매량 5000만개를 돌파했다.
CU는 득템 시리즈의 상품군을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먹태구이 득템'을 출시했는데, 이는 유사한 제조업체 브랜드(NB) 상품과 비교해 가격이 3분의 1 수준이다. 업계 최초로 2900원짜리 훈제오리 PB 상품도 내놓았다.
세븐일레븐은 3900원으로 전세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굿(900D)투어' 푸드 시리즈로 차별화를 꾀했다. 한식부터 일식, 중식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식사·간식 메뉴로 선택의 폭을 넓힌 게 특징이다. 대표 상품은 '3900 함박&볶음밥', '3900 스리라차유부김밥' 등이다.
이 같은 편의점들의 초저가 PB 상품은 직접적인 매출 증대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자체 개발하는 상품으로 유통 마진을 줄일 수 있지만, 가격이 워낙 저렴한 만큼 원가율이 높기 때문이다.
대신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PB는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효자 역할을 한다. 집객 효과를 통해 중장기적인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필요한 '미끼 상품'인 셈이다. 여기에 불필요한 광고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PB와 달리 NB 상품은 제조업체의 마케팅 비용이 반영돼 원가가 일부 올라간다.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초저가 김밥을 사러 오면 보통 물이나 컵라면 등을 같이 사는 경우가 많다"며 "자주 구매하는 상품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미지가 생기면 충성 고객을 유치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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