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기자수첩] 국민의힘에게 '쇄신'이란 무엇인가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사고 긴급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국민의힘에 또 한 번 '비상대책위원회'가 등장했다. 권영세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며 내건 첫 메시지는 '쇄신'이었다. 그는 취임 직후 발표한 신년사에서 "당의 화합과 안정을 꾀하면서도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변화와 쇄신의 고삐를 더 단단히 조이겠다"고 했다.

45년 만의 계엄 사태를 목도한 국민들은 그 과정에서 대다수 여당 의원들의 말과 행동을 기억하며, 권 비대위원장의 쇄신 약속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 '묵은 것을 버리고 새롭게 한다'는 쇄신의 본뜻을 권 비대위원장이 모를 리 없었다. 정치 경험이 풍부하고, 윤석열 정부의 핵심 역할을 했던 인물이지만 장관 퇴임 이후 정치적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도 보여왔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구 5선 의원으로서 흉흉한 민심의 흐름을 읽을 능력도 기대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가 시작되고 윤 대통령이 체포 위기에 몰리자, 국민의힘은 '묵은 것'을 지키려는 스크럼을 더 촘촘히 짰다. 권 비대위원장은 당초 계획했던 당 차원의 '계엄 대국민 사과'를 취임사로 유야무야 넘겼다. '탄핵 반대파'가 전진 배치된 비대위는 지난 2년 반 동안의 윤 대통령 실책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없이 또 다시 '이재명'을 소환했다. 소장파로 꼽힌 김용태 비대위원조차 "이재명 대표가 지지세력인 '개딸'과 연합해 국회에 이어 사법부·행정부를 장악하려 했다. 윤 대통령은 이런 국가지배전략에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라며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주장을 펼쳤다.

'권영세호(號)'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선 또 하나의 방어선 역할까지 자처했다. 이미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세 차례나 거부한 바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윤상현·김민전·박충권·조지연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영장이 집행되는 동안 한남동 관저 앞으로 달려가 윤 대통령의 계엄 정당성을 옹호하며 집결했다. "윤 대통령이 결국 대한민국 그 자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는 절대군주제에서나 볼 법한 윤상현 의원의 황당무계한 발언도 나왔지만, 지도부는 '의원 개인의 의견'이라며 방관했다. 되려 권 비대위원장은 공수처의 체포 집행이 중지된 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세 번 정도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 체포 영장을 청구하는 건 흔한 경우가 아니다. 현직 대통령이라고 더 심하게 다루면 안 된다"고 공수처를 향해 엄포까지 놓았다.

국민의힘과 권 비대위원장은 '쇄신'의 본뜻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 윤 대통령이 '그릇되고 묵었다'는 사실은 이미 12월 3일 TV 생중계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런데도 새 지도부는 민심을 살피기는커녕 윤 대통령을 '더 잘'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권 비대위원장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쇄신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과 결별하지 못하는 국민의힘표 '쇄신'에 대다수 국민들의 기대는 무너지고 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자수첩] 국민의힘에게 '쇄신'이란 무엇인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