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아직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찬바람이 뼛속까지 져며오는 이맘때가 되면 거리에는 "군고구마~사려~" 목소리가 정겹게 울려퍼지곤 했다. 귀 덮는 털모자를 꼭 눌러쓴 군고구마 장수가 실밥이 다 튀어나온 목장갑을 끼고 재질이 거칠한 상자색 봉투에 담아주던 군고구마 몇 알. 새까맣고 낡은 드럼통에 있는 군고구마를 '드르륵' 소리와 함께 꺼내주던 그 순간, 집에 돌아가 가족들과 고구마를 나눠 먹을 상상을 하며 들떠 있었던 그때를 우리는 잊지 못한다.
이제는 우리를 설레게 했던 추억이 바래지고 마트나 편의점 한 켠에 조용히 자리 잡은 군고구마. 때로는 이를 보고 무심코 지나치지만, 여전히 군고구마가 겨울철 대표 간식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갓 구운 고구마를 반으로 갈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호호 불어가며 한 입씩 베어 물었을 때 느껴지는 달콤함과 포근함은 그 어떤 간식도 따라올 수 없는 별미다. 하지만 이런 군고구마, 아무 때나 먹어도 괜찮을까? 혹시 피해야 할 시간대나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고구마는 영양소가 풍부하고 맛있지만 밤에 먹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 밤에는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져 고구마 속에 있는 당분이 쉽게 누적되고 소화나 흡수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밤에 고구마를 과다 섭취하면 신장결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신장결석은 소변 안에 들어 있는 물질들이 돌과 같은 형태로 굳어져 콩팥 안에 침투해 여러 가지 합병증과 고통을 일으키는 질환인데 주원인은 칼슘과 옥살산나트륨이다. 고구마에는 옥살산 성분이 풍부해 결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적당량만 섭취하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익힌 고구마보다는 생고구마를 섭취해야 한다. 익힌 고구마의 경우 생고구마보다 혈당지수가 높을 뿐만 아니라 고구마를 굽는 과정에서 혈당지수가 더욱 높아진다. 군고구마의 당류 함량은 100g당 19.08g으로 생고구마 9.83g의 2배 이상에 해당한다.
고구마를 가장 건강하게 먹는 법은 아침 식사 대용으로 껍질채 쪄먹는 것이다. 고구마 껍질에는 식이섬유·칼슘·안토시아닌 등 영양성분이 집중돼 있다.
앞서 설명한 주의사항을 피해 겨울철 고구마를 적당히 즐길 경우에는 면역 체계 강화할 수 있어 좋다. 고구마에 함유돼 있는 비타민A(베타카로틴)와 비타민C는 가장 강력한 항산화 비타민으로 꼽힌다. 베타카로틴과 비타민C는 면역체계를 조절하고 감염에 대한 신체 보호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고구마에 들어있는 섬유질은 흡착력이 강해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배출하고 혈당 상승을 막아주며 변비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고구마는 몸에 이로운 유산균인 프리바이오틱스의 공급원으로, 이 성분은 장내 환경을 활성화시키고 독소를 배출시켜 장 건강 증진에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고구마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과 카로티노이드는 암을 예방해주는 항암효과가 있어 각종 암을 예방하는 데도 좋다. 구마의 베타카로틴은 발암물질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고구마의 발암 억제율은 항암 효과가 있는 채소 82종 가운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암을 예방하는 데는 자색 고구마가 다른 고구마보다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다양한 효능을 지닌 고구마는 올바르게 섭취할 때 건강과 맛 모두를 챙길 수 있다. 다만 밤에는 과다 섭취를 피하고 적절한 시간대를 선택해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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