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센티브 끝판왕"⋯9천만원 용역에 '38억' 지급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9천만원짜리 용역업체에 지급한 인센티브가 38억원."

잘 믿기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런 일이 실제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송파구의 새로운 대장주 아파트로 떠오르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잠실진주아파트) 조합이 시공업체로 삼성물산 컨소시엄을 선정한 이후 추가로 아파트 일반분양가격 산정 업무를 맡을 용역업체를 선정했는데, 해당 용역업체에 38억원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성과급이 과도하게 지급된 것이라는 불만이 여전해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잠실진주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7월 루터회관에서 정기 총회를 개최해 일반분양가격 산정 및 용역업체 인센티브 지급 등 6개 안건을 논의했다. 공사도급계약 변경 및 계약 체결, 관리처분계획 변경, 정비사업비 및 조합운영비, 자금 차입 및 이자율, 총회 의결사항 대의원회 위임 등의 안건과 함께였다.

이때 '일반분양가격 산정 및 용역업체 인센티브 지급'의 안건을 가결함으로써 조합은 지난 7월 총회 이후 용역업체인 대한건설이앤씨에 인센티브 약 38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인센티브 규모는 올해 이슈로 떠올랐던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조합장의 인센티브보다 훨씬 큰 수준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장은 10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은 바 있다.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e편한세상청계센트럴포레'에서도 12억원의 지급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와 달리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원펜타스'에서는 조합장에게 58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안건을 총회에서 통과시켰으나 이후 조합원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하며 정비사업의 인센티브 지급 관행의 적절성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용역업체에 38억원 지급…"그나마 44억원에서 깎았다"

대한건설이앤씨는 분양가 산정과 심의 등 관련 업무를 도맡아하는 용역업체로 알려져 있다.

조합의 업무를 대리하는 용억업체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일반 분양가를 최대한 높여 조합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업무를 도맡아야 해서다. 특히 잠실진주 재건축 같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에서 최대한 높은 분양가를 책정받는 것은 조합의 이익을 좌우한다. 단지 규모가 커 평당 분양가가 100만원이라도 높아지면, 단지 전체로는 엄청난 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지역이 (강남지역 몇개 구 등에 국한될 정도로) 적은데 용역업체가 분양가 산정업무를 (조합에서) 위탁받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잠실진주아파트 분양가도 용역업체가 관련 서류 제출을 (도맡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총회 자료에 따르면 잠실진주아파트 조합은 지난 2022년 7월 대한건설이앤씨와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은 용역 계약비 9500만원(VAT 제외)과는 별도로 일반분양가 산정 기준에 따라 인센티브를 별도로 지급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계약 당시 인센티브는 분양가심사금액이 3.3㎡당 4550만원을 기준으로 그 이상 초과되면 증액분의 3.2%(부과세 별도)를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그 이후인 지난 3월 분양가 심의 결과로는 3.3㎡당 분양가가 5410만원에 책정된 바 있다. 기준 금액 4550만원보다 860만원 높아진 셈이다. 일반분양분 공급면적이 5만9116㎡(1만7883평)인 점을 고려하면, 기준 금액보다 분양수익이 총 1538억원 늘었다.

따라서 계약조건대로라면 1538억원의 3.2%인 49억2000만원을 대한건설이앤씨에 지급해야 했다. 그럼에도 조합은 인센티브가 과도하다며 최근 약 2년간 높아진 기본형 건축비 4억8900만원을 감안해 44억3100만원으로 감액해 지급하는 것을 대한건설디앤씨에 제안했고, 동의를 끌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총회를 통과한 안건은 추가 협의를 통해 다시 38억원으로 조정됐으며, 결국 이 금액으로 대한건설이앤씨에 지급이 완료됐다.

조합은 인센티브 추가 감액을 노리고 대한건설이앤씨에 소송을 제기했다가는 자칫 패소할 경우 소송비용은 물론이고, 인센티브 지급과 함께 소송 기간 발생할 지급 연체 이자 연 12%까지 더해질 것을 우려해 막판 조정을 통해 인센티브를 지급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업계와 조합원 등은 여전히 과도한 인센티브 지급이라며 반발 중이어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택지 감정평가액 등은 해마다 땅값 상승으로 인해 오르게 돼 있는데, 용역업체의 기여도를 과도하게 평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계약서에 용역업체의 인센티브 산정률을 어떻게 정해 반영했는지 적절한 근거가 없다는 것도 문제라는 평가도 나온다.

조합 관계자는 이에 대해 "총회에서 결정이 나 끝난 사안"이라며 "이미 지급이 돼 변경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