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전체가 깊은 시름에 잠겼다. 민생은 혹한 속에 휘말리고, 경제의 기반은 날로 약화되고 있다. 물가 상승, 청년 취업난, 그리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몰락은 서민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 거리 곳곳에서 한숨과 신음이 들려온다.
청년들이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지 못한다는 소식은 경기 침체를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보여준다. 생계를 위해 50대, 60대 중장년층이 청년들과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현실은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를 역설한다.
이렇게 팍팍한 서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이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획책으로 국가적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국가 신인도를 바탕으로 한 모든 경제지표들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대통령직을 이용해 무책임하고 반헌법적인 몽니를 부리고,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는 행태는 반드시 단죄되어야 한다.
국회가 어렵게 탄핵의 강을 건넜지만, 그 끝이 어디일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정의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면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서민과 약자들은 점점 더 깊은 절망에 빠지고 있다. 하지만 기댈 언덕이 없는 국민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이번 탄핵 정국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라는 두 축으로 나뉜다. 윤 대통령은 내란 혐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에서 시간을 끌며 진영을 결집하려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역시 이를 방어하기 위해 오히려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비정상적인 행태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국가의 리더십 공백을 방치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국민의 시선도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특히 2025년 초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정부가 출범하면 한반도는 미중 갈등과 무역전쟁, 그리고 북미 대화 등 급변하는 환경에 놓일 것이 자명하다. 국회권력을 쥐고 있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민생 문제, 국가 안보, 그리고 다가오는 국제 정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협력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개헌과 정치개혁에 나설지도 시험대에 올라있다.
이미 윤 대통령을 통해 극심한 폐해가 드러난 제왕적 대통령제와 양당 독점구조의 왜곡된 정치체제의 개혁이 절실해졌다. 이 때문에 지금이 권력구조 개편 등 7공화국 출범을 위한 개헌의 적기라는 얘기가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대권고지 선점이라는 갈 길 바쁜 이재명 대표로선 선뜻 수용하긴 어렵겠지만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진다면 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무엇보다 자신의 공직선거법 2심 재판에 대해 정정당당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윤 대통령의 헌재 심리를 빠르게 진행할 것을 촉구하면서 자신의 재판을 미루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에게 그저 ‘도긴개긴’이라는 인상을 줄 뿐이다.
지난 12월 14일, 국회 앞 탄핵 집회에서 필자는 수많은 시민이 한 마음으로 모여드는 광경을 목격했다. 20대 여성이 선두에 서서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며 비장한 표정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어느 정치 지도자든 민주주의를 짓밟고 사리사욕에만 몰두한다면 국민들은 언제든지 단호히 심판할 것이라는 경고이기도 했다.
80년 전 해방 정국에서 좌우 이념의 극한 대립은 결국 대한민국의 분단과 전쟁이라는 비극을 낳았다. 그러나 2024년의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 성숙한 민주주의 역량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시민들의 단호하면서도 성숙한 행동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남을 만하다.
그런 점에서 여야의 정치지도자들은 사심을 버리고 역사의 거대한 흐름과 국민의 매서운 눈빛을 두려워해야 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언제든 물러날 각오로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망상을 밀어붙이는 비열한 행태를 멈추고, 헌재 심리가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또한 집권만을 목표로 한 정국 운영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협치로 나아가야 한다. 국가적 대혼란기에 선공후사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다. 사리사욕을 위해 국민의 뜻에 역행하는 자는 결코 살아남지 못했음을 역사는 늘 증명하고 있다.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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