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글로벌 시장을 둘러싼 K-라면 업체들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전부터 현지 유통망 확보에 주력하던 농심이 아시아와 미국에 이어 남미·유럽까지 영토를 확장한 가운데, '불닭 신드롬'을 일으키며 완연히 수출 기업으로 거듭난 삼양식품은 중국에 첫 해외 생산기지를 짓기로 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약 647억원을 출자해 싱가포르에 신규 법인 '삼양 싱가포르 유한회사(가칭)'를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삼양식품 자기자본의 11.2%에 해당하는 규모다. 출자는 내년 12월 31일까지 분할 진행할 계획이며, 투자 자금은 전액 현금으로 조달된다. 삼양식품은 신설 법인의 지분 90%를 소유한다. 발행회사의 사명, 대표자는 법인 출자 완료 시 확정할 예정이다.
신규 법인은 해외 생산기지 건설을 위한 포석이다. 삼양식품 측은 "신규 법인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 거점 역할"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중국생산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양식품은 전체 매출의 약 8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지만, 해외 생산기지 확보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공장 완공 시 삼양식품의 해외 사업에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골머리를 앓던 문제의 해법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고질적 물량 부족 현상의 해소가 기대된다.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히트로 수요는 폭증했지만,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삼양식품의 현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밀양2공장 건설에 들어갔지만, 2027년쯤 다시 공급량이 수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생산기지를 다각화해 안정성을 높이면서, 최대 수출국인 중국 내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삼양식품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전부 현지 내수 시장에만 유통하고, 제품 현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대(對)중국 수출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 동남아 등 다른 주요 수출국에 공급할 물량은 국내 공장에서 맡는다.
국내 라면 1위 농심 역시 해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농심은 현재 해외에 5개 생산법인과 4개 판매법인을 세우고 100여 개 국가에 라면을 수출 중이다. 올해 해외 매출 비중은 40% 수준으로, 내년 50%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늘어난 해외 수요에 맞춰 생산 능력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농심은 2026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수출 전용 공장을 짓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기존 부산공장 생산량을 더하면 2026년 하반기부터 연간 10억개에 달하는 수출용 라면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수출 물량의 두 배 수준이다.
이에 앞서 농심은 지난 10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2공장에 용기면 생산 고속라인을 추가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미국 법인의 연간 생산 가능량은 기존 8억5000만개에서 10억1000만개로 늘었다.
해외 소비자와의 접점도 넓혀가고 있다. 미국, 중국, 동남아 등 기존 주요 수출국을 넘어 남미와 유럽 등 신규 수출국 확보에도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남미 시장 공략을 위해 최근 미국 법인 산하에 멕시코 지점을 설립했고, 내년 초엔 유럽 판매 법인 설립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 식품 시장은 성장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앞으로도 줄면 줄었지 눈에 띄게 늘 것 같지 않다"며 "결국 해외 시장에 성패가 갈린 터라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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