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먹는 시간을 분초 단위로 아끼려는 서민들의 욕구가 '시성비' 식품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시간 대비 성능을 뜻하는 시성비는, 최근 시간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분초사회' 경향이 짙어지며 더 주목받는 분위기다.
1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CJ제일제당은 최근 이마트와 전략적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월 맺은 '신세계·CJ그룹 사업제휴 합의(MOU)'의 후속 조치다. 지난 8월 말엔 CJ제일제당 본사에서 두 기업 수장들이 만나 협력 확대를 논의하는 자리를 가져 업계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두 회사는 이마트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CJ제일제당 제품을 늘리고, 공동기획 상품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시성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각사 전문가들이 협업해 시성비 트렌드 등 소비자 수요에 최적화된 가정간편식(HMR) 제품으로 범위를 넓혀 가는 것이 공통된 주요 전략이다.
다른 식품업체들도 조리 과정을 최소화해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HMR, 밀키트 등을 강화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랜드팜앤푸드의 간편식 브랜드 '홈스토랑'은 올해 30여 종의 애슐리 간편식 신제품을 출시했다. 성과도 적지 않다. 올해 1~11월 기준 간편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9% 성장했다.
최근 상장에 성공한 더본코리아는 주력인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을 넘어 HMR 등 신성장동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공모 금액의 90% 이상을 소스제조 등 F&B 식품기업과 푸드테크 기업을 사들이거나 지분을 투자하는 데 사용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하림 역시 HMR 브랜드 '더미식'을 중심으로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라면, 즉석밥, 만두, 국물요리 등 제품 종류도 꾸준히 늘리는 중이다.
업계에서 시성비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시간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시간을 1분 1초로 잘게 쪼개 살아가는 사회가 도래하며 식사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걸 꺼려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실제로 외식유통기업 디딤이앤에프가 모바일 설문기업 크라토스에 의뢰해 2031명에게 '간편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가량이 '조리 편의성'이라고 답했다. '가격(37.2%)', '맛과 영양(17.5%)'보다 시성비를 챙기려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조리 과정을 대폭 줄일 수 있는 HMR 시장도 날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3조4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HMR 시장은 2022년 5조원, 지난해에는 6조원을 넘겼다. HMR 제품을 주 1회 이상 구입하는 가구의 비율도 2012년 13.2%에서 2020년 26.4%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곧 돈인 세상이 됐다. 시성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식품 기업들의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HMR은 조리가 간편하면서도 빠르게 먹을 수 있어 시간 효율성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