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전국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한 가운데 서울에서도 상승세를 멈춘 자치구가 늘었다. 서울 아파트 매수 심리가 꺾인 가운데 정책대출 수혜를 받지 못하는 9억원 이상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약세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SK뷰아이파크 전용면적 59㎡는 지난 7일 8억3000만원(2층)에 거래됐다. 앞서 8월 같은 평형 1층이 8억3500만원에 거래됐고, 10월엔 3층이 각각 8억3900만원, 8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가격이 떨어졌다.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또한 전용 109㎡가 27억3700만원(11층)에 거래되며 전달 거래된 28억4066만원(28층) 대비 3.64%(1억366만원) 하락했다. 8월 같은 평형이 29억4654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기록했던 단지는 이후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정국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견고했던 서울 아파트값도 약세 전환하고 있다. 12일 발표한 한국부동산원의 12월 2주(9일 기준) 주간아파트가격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동구(-0.02%) △동대문구(-0.01%) △은평구(-0.01%) △서대문구(-0.01%) △동작구(-0.01%)가 전주 대비 하락했다. 12월 1주(2일 기준) 강동구만 약세를 보였던 서울은 일주일 만에 하락한 자치구가 5곳으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이들 지역에 중간 가격대 단지가 밀집해 먼저 하락세가 찾아왔다고 진단했다. 저가 아파트의 경우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대출 영향에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유지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전용 85㎡ 이하, 9억원 이하 아파트 대상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8월 아파트 거래 4만3399건 중 9억원 이하 거래량은 1만9670건으로 전체의 45.32%를 차지했다. 다만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적용된 9월 이후로는 전체 9854건 중 4868건(49.40%)이 9억원 이하 거래였다.
월별로 살펴보더라도 9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전용 85㎡·9억원 이하 아파트는 8월 43.3%에서 9월 46.6%, 10월 47.3%, 11월 50.5%로 상승했다. 해당 조건 아파트 거래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지난 2월 51% 이후 9개월 만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반적으로 서울 주택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강남권 등 상급지가 아닌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동력이 약해지는 모양새"라며 "이들 지역 중에서도 9억원 이하 가격대가 몰린 곳은 정책대출이 가격을 받쳐주지만 그 외 지역은 약세로 돌아섰다"고 진단했다.
약세로 돌아선 자치구가 늘어나는 만큼 서울 전역으로 하락세가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전히 정치적 불확실성이 남았고 대출규제가 여전해 서울 전역 거래량이 감소하는 등 상승 동력을 잃은 탓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반적인 투자 심리 위축에 서울도 차례로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일부 지역은 여전히 버티고 있지만 시장에 남은 악재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내년 초부터 서울 전역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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