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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프랜차이즈 진단]② '배달앱 소작농' 전락한 매장 점주


정률 요금제 본격 도입 후 배달 수수료 부담 더 과중해져
"배달앱에 종속돼…안일했다" 지적에 "중장기 처방 긴요"

1만2429개.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숫자다. 가맹점수는 35만개를 넘겼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도입된 지 약 50년, 이제 대한민국은 '프랜차이즈 공화국'으로 불린다. 해외까지 영토 확장에 나서며 K-프랜차이즈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완연한 전성기다. 하지만 커진 덩치와 위상에 걸맞은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단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빠른 성장을 위해 외면한 채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문제들이 수면 위로 삐져나오고 있다. 이른바 '기형적 프랜차이즈 문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현재 가맹점주들은 '현대판 소작농'과 다름없다."

한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 관계자의 고백은 서늘한 현실을 보여준다. 서울에서 이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가 배달의민족 '배민1플러스'를 이용해 2만원짜리 치킨 1마리 배달 판매할 때 배달앱에 납부하는 비용은 5891원이다. 중개이용료 중개이용료 1495원, 서울 지역 배달비 3200원, 결제 대행 수수료 660원, 부가세 536원 등을 모두 합한 액수다. 배달앱을 통해 주문을 받는 순간 치킨값의 4분의 1 이상 날아가는 셈이다. 배민1플러스는 정률제 수수료 기반인 터라 많이 팔수록 납부해야 할 비용이 늘어난다. 쿠팡이츠, 요기요 등 다른 배달앱의 정률제 기반 요금제를 이용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토바이를 탄 배달원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배달앱 수수료 부담이 날이 갈수록 과중해지고 있다. 올해부터 주요 배달앱에서 정률제 요금제를 본격 도입하며 볼멘소리는 더 커지는 분위기다. 한달에 정해진 비용만 지불하면 되는 기존 정액제와 달리 정률제는 주문 1건당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소액 주문에서는 업주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건수와 금액이 커질수록 배달앱 쪽의 이득이 커진다.

배달 수수료 문제가 불거지자 최근 정부 주도 상생협의체에서 '차등 수수료'를 골자로 한 상생안이 도출됐지만, 가맹점주들은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 상태다. 기존 9.8%였던 입점업체 중개 수수료를 매출 비중에 따라 낮추기로 했으나, 매출이 많은 상위 35% 가맹점주들은 여전히 7.8%의 높은 수수료율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개 수수료가 낮아진 대신 점주들의 배달비 부담을 늘려 '조삼모사'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대 500원의 배달비를 더 내야 하는 매출 상위 35% 매장은 2만5000원 미만 주문을 받을 경우 되레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가맹점주 단체 관계자는 "가장 수수료 부담이 큰 매장들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구조다. 2만원 이하 배달이 상당수인 상황에서 내년 초 상생안이 적용된다면 오히려 부담이 이전보다 과중해지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배달 관련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보이콧'도 불가능하다. 코로나19 이후 배달앱들이 국내 외식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 탓이다. 대다수 음식점이 배달앱 없이 장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가 됐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손 놓고 있던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종속화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배달 수수료가 처음부터 과도했던 건 아니다. 출범 초기만 해도 저렴한 이용료로 양측이 동반성장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배달앱이 시장의 절대자로 떠오르며 상황은 달라졌다"며 "돌이켜 보면 업계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건 아닐까 싶다. 지금은 플랫폼에 종속돼 대항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수수료율 인하 등 단기적 해결책을 넘어 정부·국회 차원의 중장기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면서, 그 과정에서 배달앱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프랜차이즈 차원의 노력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지금처럼 배달 수수료 비율만 조정하는 건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이라며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프랜차이즈 업계에 "중요한 건 배달앱에 의존하지 말고, 배달앱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협상력이 약한 점주 대신 본사가 배달앱과 직접 수수료 협상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점주는 배달앱을 이용하면서도 고객과 관계를 형성할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을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전시장으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주문한 고객이 나중에는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접촉해 구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배달 물가가 치솟으며 일부 소비자들의 배달앱 이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을 가게에 직접 주문하게 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모을 방안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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