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검찰과의 합동수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독자수사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추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검경간 무리한 경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찰 "법령상 내란죄는 우리 수사 관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8일 "지난 6일 검찰로부터 수사 효율성 차원에서 합동수사 제안을 받은 사실이 있으나, 수사의 신뢰성·공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직권남용 및 내란죄 피의자인 상황에서 검찰 수사의 신뢰성·공정성에 의문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별수사단은 또 "법령상 내란죄는 경찰의 수사 관할인만큼, 경찰에서 책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수사단은 "다만, 수사준칙 제7조(중요사건 협력절차)에 근거해 수사단계별 진행사항에 맞춰 '법령의 적용', '영장신청' 등에 관해 상호 의견 제시·교환하는 등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국수본은 이날 특별수사단에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포함해 국수본 중대범죄수사과, 범죄정보과 수사관 30여명을 추가로 투입했다. 이로써 경찰 특별수사단은 150여명 규모로 확대됐다.
검찰 "직권남용죄와 직접 연관 내란죄 수사"
경찰이 검찰의 합동수사 제안을 거절하고 독자 수사 노선으로 방향을 정하면서 이후 진상규명에 혼선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된다.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은 이날 서울고검 기자단 브리핑에서 '내란죄'의 명시적 수사권은 경찰에게 있지만 이번 사건 관련자들의 내란혐의가 검찰청법과 대통령령에 따라 검찰 수사권에 포함되는 직권남용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수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다. 그러나 검찰청법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와 '경찰공무원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공무원 범죄'만 수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에는 '직무와 관련하여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는 범죄(직권남용)'를 검찰의 수사대상 범죄로 정하고 있고, 검찰청법은 이와 직접 관련된 범죄 역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검찰도 내란죄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는 게 검찰 논리다. 다만,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 범죄에 내란죄가 포함되지 않는다.
박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사실 관계"라면서 "(검찰 수사 사안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는 당연히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군검찰은 검찰 특수본과 합동수사 중
실제로 벌써부터 검경 수사가 충돌하고 있다. 검찰은 비상계엄을 건의·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이날 오전 긴급 체포한 반면, 경찰은 김 전 장관의 서울 한남동 소재 공관과 집무실 및 서대문구 소재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다만, 이번 수사의 또다른 축인 군검찰은 현재 검찰 특수본에 군검사 등 수사인력 12명을 파견받아 합동 수사 중이다.
검·경이 합동수사하지 않고 이대로 독자수사를 진행할 경우, 비상계엄의 가장 윗선인 윤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 및 소환조사도 혼선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검경 모두 윤 대통령을 내란죄의 피의자로 입건한 상황이다. 수사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윤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과 조사, 구속영장 청구 등을 두고 무리한 경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들어오지 않은 영장, 진행되지 않은 수사에 대해 뭐라 할 수 없지만 우려하고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어 "유사한 영장(을 신청·청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법원도 검찰이 충분히 조정 노력을 기울여줬음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며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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