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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프랜차이즈 진단]① "유통마진 목매…가맹점은 '빛좋은 개살구'"


선진국 본사 수익은 매출 로열티…국내선 원부재료 유통마진에 의존
"기형적 구조 뿌리내리며 피자헛 가맹점 등의 '줄소송' 불러" 지적
"가맹점 당 연평균 5468만원 떼어간다" 분석도…대안 논의 절실

1만2429개.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숫자다. 가맹점수는 35만개를 넘겼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도입된 지 약 50년, 이제 대한민국은 '프랜차이즈 공화국'으로 불린다. 해외까지 영토 확장에 나서며 K-프랜차이즈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완연한 전성기다. 하지만 커진 덩치와 위상에 걸맞은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단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빠른 성장을 위해 외면한 채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한 문제들이 수면 위로 삐져나오고 있다. 이른바 '기형적 프랜차이즈 문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개선이 필요한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 A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자사 가맹점주로부터 챙기는 유통 마진은 전체 매출의 17.2%다. 점주단체들이 주장하는 적정 유통 마진(5~8%) 수준보다 몇 배 높다.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 팔 때마다 가맹본사가 3440원씩 가져가는 꼴이다. 이 가맹본부가 가맹점 한 곳에서 떼어가는 유통 마진은 연평균 약 1억원에 달한다. 본사가 챙기는 유통 마진, 배달앱에 내야 하는 수수료, 급증한 원재료·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남는 게 없다. '죽지 못해 산다'는 푸념이 점주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프랜차이즈 관련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가맹본부가 유통 마진, 즉 '차액가맹금'을 과도하게 챙긴다는 지적은 A 프랜차이즈에만 따라붙는 꼬리표가 아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0∼2022년 치킨 프랜차이즈 상위 6개 가맹본사의 유통 마진은 가맹점당 매년 평균 5468만원이다. 이는 전체 가맹점 평균 연 매출의 10.8% 수준이다.

차액가맹금은 본사가 가맹점에 납품하는 상품, 원부재료 등에 추가로 얹는 마진이다. 예를 들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원가 4000원짜리 닭 한마리를 가맹점에 5000원에 납품할 경우 차액가맹금은 1000원이 된다.

본부가 차액가맹금을 받는 건 불법이 아니다. 오히려 업계의 오랜 관행에 가깝다. 문제는 차액가맹금을 많이 챙기기 위해 마진율을 크게 높이거나, 점주가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필수품목을 과도하게 늘려 폭리를 취하는 '갑질' 행위가 빈번히 일어난다는 점이다. 점주가 차액가맹금 규모를 정확히 알기 어렵게 '깜깜이 계약'을 하는 경우도 적잖은데, 이 경우엔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최근 2심 재판부로부터 점주들에게 차액가맹금 210억원을 반환하라는 판결을 받은 한국피자헛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피자헛은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지만, 판결 이후 배스킨라빈스·bhc·두마리찜닭 등 일부 프랜차이즈 점주들도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을 검토하는 등 줄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다만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피자헛발 줄소송 사태가 현실화하더라도 현 상태에선 뚜렷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구조가 일부 프랜차이즈 본부의 일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국내 업계의 기형적 행태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렌차이즈 창업·산업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프랜차이즈 선진국으로 꼽히는 국가에서 가맹본부들은 '로열티'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다. 검증된 노하우를 본부가 점주에게 제공한 대가로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로열티로 매출의 4~12%를 받는 대신 물류 마진 비용을 최소화한 가맹사업 체계가 보편화돼 있다. 로열티 제도 하에서는 가맹점 매출이 증가해야 본부와 점주의 수익이 동반 증가하기에, 모두가 가맹점 매출 증대를 최우선 목표로 둔다.

이와 달리 대다수 국내 프랜차이즈는 로열티를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최소한만 받는다. 프랜차이즈 도입 초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로열티 도입을 주저했기 때문이다. 결국 필수품목과 인테리어 비용 등에서 발생하는 마진으로 돈을 버는 왜곡된 사업 구조가 뿌리내렸다. 본부가 수익을 높이려면 차액가맹금을 많이 떼거나, 필수품목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수입 구조 아래서 본부는 기존 가맹점의 매출 증대보단 가맹점 확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과 미국 프랜차이즈협회 자료로 비교한 2022년 기준 한국과 미국 프랜차이즈 산업 현황. [사진=전다윗 기자]

자연히 국내 시장은 프랜차이즈 선진국 대비 가맹점 수는 많지만, 가맹점당 매출은 적은 기형적 구조를 띠게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8만6314개로, 당시 총 인구(5167만2569명)를 토대로 따져 본 인구 10만명당 가맹점 수는 약 553.6개다. 2022년 국내 가맹점당 평균 매출은 3억5060만원이다.

같은 기간 미국 프랜차이즈협회(IFA) 레포트에 기재된 미국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79만492개다. UN이 추산한 당시 미국 총 인구(3억3480만5269명)를 적용해 계산하면 인구 10만명당 가맹점 수는 약 237개로 한국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반대로 IFA가 추산한 2022년 미국 프랜차이즈 가맹점당 평균 매출은 약 104만3531달러(약 14억8285만원)로 4배 이상 높다.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업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로열티 구조로 전환을 촉진하는 정책 인센티브를 강화하거나, 가맹본부 및 가맹점 비용 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상호 영산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갑을관계의 상호발전적 재정립을 위해서는 정률 로열티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필수품목 관련 분쟁이 없는 대신, 외식업 가맹점들이 10% 이상의 로열티와 2%가량의 마케팅비를 낸다. 이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신뢰가 쌓여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본부는 물론 가맹점주와 예비창업자들의 인식 변화도 필수적이다. 로열티 제도 도입을 꺼리는 건 가맹본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로열티 제도 정착은 가맹본부가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가맹점주, 예비창업자들도 무형의 가치에 대가를 지급하는 것에 거부감이 크다.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프랜차이즈가 뭔지 확실하게 인지하지 못한 상태인 것"이라며 "창업 교육 과정에서 프랜차이즈에 대한 교육이 정확히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아울러 정부와 국회 역시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업계가 로열티 제도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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