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계엄령 사태로 인해 제약·바이오 업계의 당혹감도 감지되고 있다. 대부분 계엄령 해제 후 평소와 같이 업무를 이어가고 있으나 환율 급등과 평판 추락에 따른 투자유치 부담 가중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주요 바이오 기업과 전통 제약사는 계엄령 해제 이후 일상적으로 업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엄령 선포 당시 일부 기업은 내부 연락망을 통해 해외 고객사 및 파트너사의 동향, 해외 증시 등을 파악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계획했으나, 계엄령 해제와 함께 이를 취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계엄령 선포 직후 전반적인 상황과 동향을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관련 팀 구성을 고려했었다"며 "당사의 경우 미국뿐만 아니라 다국적으로 진출한 상황이어서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저녁 10시 30분쯤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으나, 국회의 요구로 약 6시간 만에 이를 해제했다. 계엄령 발표 직후 원달러 환율은 1442원까지 급등하며 2년 1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11원으로 다소 안정됐으나, 증권가는 여전히 불안정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행히 미국이나 유럽 등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현지 직판 체계를 갖춘 기업들은 대체로 계엄령 여파가 없다고 입 모았다.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에서 재직 중인 관계자들은 "해외 고객사 등의 사업 차질 우려 문의는 없었다"며 "현재 특별한 계획이나 조치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추후 원달러 환율 변동성에 대한 모니터링은 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계엄령 사태가 제약·바이오 업계에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2022년 기준 11.9%에 불과한 데다, 원료의약품 수입 상위 10개국 중 중국과 인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환율 변동은 수입 비용 부담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국산 원료의약품 비중은 9.9%에 그쳐,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 구조의 취약성이 이번 사태로 다시 한번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일부 기업들이 원료의약품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했지만, 여전히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생산 차질은 없을 수 있으나, 환율 급등과 같은 사태가 반복된다면 비용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바이오산업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신약 연구개발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요구되는 분야로, 신약 후보 물질 발굴하는 초기 단계부터 임상 시험과 상용화까지의 과정을 모두 합치면 최소 13~15년이 소요된다. 또한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이 9% 미만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특성상 자금 조달이 어렵고, 현재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어 외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치적 이슈로 인해 시장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투자 유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바이오 분야가 여전히 국가육성지원산업이라는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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