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며 잇달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전동화 등 미래 모빌리티 중심으로 시장이 빠르게 전환하고, 중국의 공세가 강해지는 가운데 '빅5'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일본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줄을 잇고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그룹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독일 공장 10곳 중 최소 3곳을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비용 절감과 수익성 제고를 위해 근로자에게는 10% 임금 삭감을 요구하고, 수천명에 달하는 근로자를 해고하는 등의 구조조정 방안도 발표했다. 당초 2026년까지 100억 유로로 책정한 비용 절감 목표를 40~50억 유로 더 높여야 한다는 이유다.
폭스바겐은 중국 내 신장 위구르 자치지구의 공장도 매각하고 철수키로 확정했다. 공장은 상하이자동차검증·기술혁신센터(SMVIC)에 매각할 예정이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독일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 중국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 중국산 전기차 공세의 위기에 빠진 상황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포르쉐도 향후 몇 년간 수십억 유로를 절감해야 한다며 긴축 경영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푸조, 피아트, 지프, 크라이슬러 등 브랜드를 소유한 세계 4위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도 경질됐다. 스텔란티스는 미국 미시간과 오하이오 공장 등에서 3500여명의 구조조정을 예고한 상황이다.
포드도 수요 감소 등으로 유럽 전체 인력의 14%에 해당하는 40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도 올해 8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2000명을 해고했다. 운영비용 절감을 목표한 것으로 소프트웨어 관련 직원도 크게 줄였다.
일본 3대 완성차 업체인 닛산자동차도 실적 악화로 2026년까지 전 세계에서 9000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닛산 직원 13만 명의 7%에 해당한다. 생산 능력도 20%가량 줄인다는 계획이다. 닛산의 전 세계 연간 생산 능력은 2020년 기준 700만 대였으나 현재 500만 대 이하로 떨어졌고, 이번 구조조정으로 20%를 줄이면 400만 대에도 못 미치게 된다.
닛산은 구조조정을 통해 고정비를 약 3000억 엔(약 2조8000억원) 줄일 계획이다. 회사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가 보유한 미쓰비시자동차 주식 10%도 미쓰비시자동차에 매각할 예정이다. 이 와중에 그동안 닛산의 구조조정을 책임졌던 스티븐 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임하기도 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세계적인 시장 수요 부진과 함께 중국 전기차의 약진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중국의 신흥 완성차 업체들에 뺏겼고, 동남아와 유럽 시장에서도 강한 추격을 받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동남아 시장에서는 일본차 브랜드의 점유율이 90%를 넘었지만, 전기차 시장이 확산하며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 중국 전기차가 시장 1위에 오른 상태다. 유럽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점유율이 20%를 넘어섰다.
과거 반도체 산업 재편 과정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자동차 산업도 치열한 경쟁 속에 경쟁자들이 줄어드는 '과점 강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동차처럼 사이클을 타는 산업은 지금까지 업황에 따라 모든 업체가 함께 등락을 겪었지만, 앞으로는 경쟁이 심해지며 업황과 무관하게 주요 회사의 경쟁력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온전한 레거시(기존)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그룹, 도요타, GM 등 3곳만 남았으며,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BYD를 더해도 도합 5개 사가 최상위 그룹을 이뤄 경합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와 도요타, GM을 제외하면 내연기관 중심 자동차 업체들의 수익성이 급감하는 가운데 전기차 분야 선두 업체들의 약진이 예상된다.
조 연구원은 "사업이 온전한 3개 레거시 업체(현대·도요타·GM) 간의 협업 확대가 향후 경쟁 구도 재편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이는 '벼랑 끝 협력'인 상황이라 다들 신중해질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위상 강화와 밸류에이션(기업평가) 확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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