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정부가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를 구제하기 위해 부양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나프타 원유에 적용되던 할당관세를 내년에도 연장하기로 하는 등 정책적 지원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를 중심으로 근본적 체질 전환을 위한 세제지원도 지속 요청하는 상황이다.
지난 2일 기획재정부는 석유화학 업계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올해 유지돼오던 나프타 원유 할당관세 0%를 내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통상 나프타에 적용되던 관세는 3% 수준이었는데 올해와 마찬가지로 관세를 면제하는 안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제품의 기본이 되는 원재료로 원가의 70%를 차지한다. 나프타 원유 가격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은 크게 좌우된다.
기재부는 내년 할당관세 적용에 따른 지원 금액을 6265억원으로 추정했는데 이는 LPG와 LNG를 합산한 금액이어서 나프타용 원유에만 지원되는 금액은 따로 추산키가 쉽지 않다. 다만 1년간 나프타용 원유에 세금이 감면되면 1000억원 수준의 원가비 감소효과를 가져온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재 국내 석화 기업들은 중국발 공급과잉을 비롯해 기초화학제품 중심의 사업 영역 탓에 극심한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4대 석화 기업(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의 연결 기준 올 3분기 영업손실은 445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까지 영업손실(390억원)의 약 11배 수준이다.
이 탓에 정부는 이번 할당관세 감면 연장 뿐만 아니라 석화 업계 부양책을 내놓기 위해 고심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조만간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26일 나성화 산업부 산업공급망정책관이 LG화학 여수공장을 찾아 업계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 GS칼텍스, 금호석유화학, 여천NCC 주요 임원들이 참석해 업계의 애로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석화 업계는 알앤디(R&D) 투자를 비롯해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설비 구축 세제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이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개별 기업들은 설비투자 관련된 부분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달라는 입장이다"면서 "친환경이나 고부가가치 설비 전환이 지금 시급한 상황인데 이것들이 연착륙 될 수 있도록 신규 설비에 대한 공제 혜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석화기업들은 스페셜티 제품 중심으로 체질전환을 시도 중인데 세제 혜택 없이는 신규 설비 투자에 한계가 크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석화 기업들의 생산 설비는 기초화학제품용에 맞춰져 있다.
같은 맥락에서 신규 스페셜티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R&D도 꾸준히 병행돼야 한다. 이 때문에 R&D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절실하다는 것이다.
다른 석화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지금 물밑에서 R&D와 정책 금융 등 지원책 논의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면서 "결국 기초화학 범용제품 공급과잉으로 시장이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정밀하게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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