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이달부터 발렌타인 등 주요 위스키 제품 출고가를 최대 13% 인하하기로 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둔화, 빠르게 변하는 주류 유행 주기, 급증하고 있는 해외 직구 등 '삼중고'를 견디지 못한 탓이다. 일각에서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다른 주류 기업들도 가격 인하 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지난 1일부터 발렌타인 등 주요 위스키 제품의 출고가를 최대 13% 내렸다. 가격 인하 대상은 △발렌타인 10·17·21년 △로얄살루트 △21년 시그니처·몰트·그레인 등이다. 프로모션 할인도 최고 18%까지 적용한다.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국내에서 한창이던 '위스키 붐'이 사그라지기 시작한 것이 이번 가격 인하의 배경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억7534만달러였던 위스키 수입액은 지난해 2억5967만달러로 48% 급증했다. 그러나 올해 1∼9월 위스키 수입액은 1억7923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줄었다.
위스키 수요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는 장기화한 경기 침체가 꼽힌다.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인 위스키 수요가 줄고, 저가인 소주·맥주 소비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으로 소주·맥주가 주류인 유흥시장이 되살아난 점도 위스키 시장엔 악재로 작용했다.
차별화된 경험을 중시하지만, 동시에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이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주류 유행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이른바 '힙(유행에 밝은)'한 술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위스키는 물론, 코로나19 시기 인기를 끌었던 와인과 수제맥주 등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그 자리를 급부상한 데킬라, 사케 등이 위협하는 구도가 됐다.
해외 직구로 소비가 대거 이동한 점도 국내 위스키 시장 침체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가별 세금 차이가 곧 주류 가격 차이로 직결되는 만큼, 소비자가 저렴한 주세의 국가에서 위스키를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급증했다. 위스키를 해외에서 대신 직구해주는 서비스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위스키를 판매하는 다른 주류 기업들도 가격 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디아지오코리아·골든블루 등 주요 위스키 업체들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선을 그었지만, 삼중고로 인해 악화한 업황에 직면한 것이 페르노리카코리아뿐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통상 타사 가격 정책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위스키 업계의 특성도 이러한 예상에 힘을 더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9년에도 디아지오코리아, 골든블루, 드링크인터내셔널 등 여러 주류 업체가 위스키 시장 침체를 이유로 잇달아 제품 출고가를 내린 전례가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위스키 업계에선 타사 가격 정책을 참고해 출고가를 순차적으로 인하하거나, 인상하는 경향이 있다. 가령 A업체에서 스카치위스키 제품 가격을 내리면, 비슷한 제품을 수입·판매하는 경쟁사도 가격 정책을 재검토하는 식"이라며 "당장 적극적으로 가격 인하를 검토하는 업체가 눈에 띄진 않지만 전례가 있는 만큼 눈여겨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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