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2일 내년도 정부예산안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주고받았다. 이날 예정됐던 본회의 부의를 연기한 우 의장은 최 부총리에게 "정부가 국회 예산심의권을 얼마나 존중했느냐"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반면, 최 부총리는 "야당이 감액 예산안을 철회할 수 있도록 여야 합의를 도와달라"고 응수했다.
우 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앞두고 최 부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이번과 같은 일(민주당 주도 감액 예산안 처리)은 그냥 일어난 게 아니라 국회에서의 예산심사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생긴 것"이라며 "예산안을 오늘 상정하지 않고 미루겠다고 얘기했는데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고 (국회에) 적극 협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이 늦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국민이 입는 피해는 국정운영의 주체인 정부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애초에 정부가 반영해서 편성했으면 되는 예산이 채 반영되지 못하고 예산안이 편성된 점에 대해 깊이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여기에 "기재부 전 직원이 거의 매일 밤을 새면서 국회 예산 심의권을 존중하고, 법정 기한 내 예산안이 통과되도록 최대한 노력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야당 주도로 2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한 감액 예산안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저희가 생각하기엔 (감액 예산안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민생경제 부작용이 매우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며 "여야가 진정성 있게 예산안에 합의할 수 있도록 의장님이 큰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했다.
우 의장은 최 부총리의 말에 "그것(예산안)을 가지고 논쟁하자는 건 아니다"라며 "가장 좋은 것은 정부안에 민생 예산이 담겨져 오는 것이다. 국회는 감액 권한 밖에 없으니 지금부터 (부총리가) 민생이 희망을 갖는 예산이 될 수 있도록 잘 하시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 부총리도 재차 "논쟁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라며 "기재부는 야당이 감액 예산안을 철회하면, 전적으로 여야 합의를 잘 서포트하고 예산안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이날 정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안 처리를 오는 10일로 연기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통과한 대통령실·검찰 등 감액 예산안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이 '날치기, 폭거'라며 수용 불가 의사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는 것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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