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플라스틱이 문제가 있다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전 세계 해양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거쳐 최종적으로 인류에 해를 끼친다. 한번 만들어진 플라스틱의 90%는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에 이르면 생각은 달라진다. 한쪽에서는 ‘생산 감축’이란 근본적 해법을 제시한다. 다른 쪽에서는 재활용 등으로 순환 사이클을 만들자는 방법을 내놓는다.
우리나라 부산에서 이에 대한 논의를 이어오던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막을 내렸다. 생산 감축이란 법적 구속력보다는 ‘자발적’이란 곳에 무게를 두고 나중에 논의해 보자는 곳으로 결론이 났다.
지금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이 해법이 미래에도 유효할지는 의문이라고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국제 NGO 단체들은 “성과 없이 끝난 INC5였다”며 “플라스틱 생산량 증가와 관련 설비 확충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한국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라스틱 협약 논의는 해양 쓰레기 문제를 다루면서 시작됐다. 5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해양 쓰레기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감축해야 한다는 논의로 확대됐다.
기후솔루션 측은 “플라스틱의 90% 이상이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며 버려지는 플라스틱의 단 9%만이 재활용된다”며 “대부분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오염, 소재 혼합, 염색 등의 이유로 물리적 방식을 통한 재활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단순히 폐기물 관리나 재활용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세계 플라스틱 생산망이 비순환적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지난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INC5는 플라스틱 협약 성안을 위한 중요한 자리였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마무리됐다”며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은 자발적 국가 차원의 노력을 강조하는 반면 오염으로 직접적 피해를 겪고 있는 도서국은 생산 감축 목표를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서로 다른 나라 입장의 틈은 컸고 협상 마지막 날까지 결국 좁혀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기후솔루션 측은 “한국 정부는 주요 플라스틱 생산국 중 하나임에도 인류의 미래를 고려한 합리적 감축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이번 INC5의 협상 과정은 국경을 초월하는 환경 문제에 관한 새로운 협약의 성안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플라스틱 생산량 증가와 관련 설비 확충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한국 정부가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은 국가적 차원의 자발적 노력만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거다.
그린피스도 이번 INC5를 두고 ‘국제 플라스틱 협약 결론 없이 추가 회의 결정’이란 논평을 내놓았다.
그린피스 측은 “회의 마지막까지 ‘생산 자체를 줄이자’는 강력한 협약 체결을 원하는 국가들과 폐기물 중심 관리를 원하는 산유국 등 방해 세력 간의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며 성안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글로벌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각국 정부 대표단은 다음 회의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위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목표와 실질적 조치를 포함한 효과적 협약을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여기에 유해 화학 물질로부터의 보호,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재사용 목표 설정, 공정한 재정 계획 마련 등도 핵심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포브스 리더는 “INC는 협상 과정에서 참관인을 배제하는 관행을 중단하고 플라스틱 오염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반영해야 한다”며 “소수의 국가, 화석연료와 석유화학 업계가 전 세계 대다수 국가의 노력을 가로막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이번 INC5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언급한 것과 달리 생산 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협약을 위한 적극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며 “이번 협약에 참석했던 회원국, 국내외 시민사회, 강력한 협약을 기대했던 세계 시민을 실망시켰다”고 꼬집었다.
박민혜 한국 세계자연기금(WWF) 사무총장은 “한국과 각국 협상단이 내린 이번 결정은 미래 세대를 외면한 선택”이라며 “1000일 넘게 이어져 온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노력이 이번 부산에서 열린 협상에서 결실을 맺기를 기대했는데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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