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제작진이 작품의 '수어 희화화'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2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금 거신 전화는' 제작진은 지난달 29일 시청자게시판에 "일부 수어 장면으로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 수어를 부적절하게 다루어 농인들과 한국 수어를 희화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앞으로 작품을 완성하면서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2일 방송된 드라마 1화에서 수어 통역사 홍희주(채수빈)가 산사태 뉴스를 전하던 중 방송 사고로 '산(山)'을 뜻하는 수어가 반복 송출되는 장면이 등장했다. 뒤이어 이를 본 아나운서 나유리(장규리)가 이를 손가락 욕으로 묘사하며 웃어보이는 모습이 나왔다.
해당 장면은 산을 뜻하는 수어와 손가락 욕의 모양이 비슷한 데서 착안한 것이다. 이후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는 "청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수어를 비하하는 의미로 보인다", "부적절했다"는 내용의 항의 글이 올라왔다.
중앙대학교 수어동아리 '손끝사이' 역시 시청자게시판에 글을 올려 "농인(청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이자 혐오"라며 제작진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아울러 해당 수어의 희화화가 농인들에게 그간 트라우마가 됐다고 지적하며 "업계 관계자 모두 농인과 수어, 그리고 장애를 단순히 청인(들을 수 있는 사람)과 비장애인의 오락거리로 삼는 것을 중단하라"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농인들의 소중한 소통 도구인 수어를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농인들과 한국 수어가 겪어온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반영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며 "수어는 드라마에서 두 주인공이 오랫동안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소통하게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소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어렵게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에 다다르는 과정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중요한 소통 도구인 수어의 가치를 오롯이 전달하는 작품으로 남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작품을 관심 있게 시청해 주시고, 모자란 점 있다면 지적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대통령실 대변인(유연석)과 수어통역사 부부가 어느 날 닥친 협박범의 전화를 계기로 진정한 소통을 알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매주 금토 밤 9시 50분 방송된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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