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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질문에 대한 질문


[아이뉴스24 이균성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챗GPT가 나온 뒤 한때 ‘프롬프트 엔지니어’란 새 직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프롬프트(prompt)는 원래 연극 공연을 할 때 관객이 볼 수 없는 곳에서 배우에게 대사나 동작 따위를 일러 주는 일을 가리킨다. 프롬프트는 컴퓨팅 용어로도 다양하게 쓰인다. 생성형 AI 용어로 쓰일 때는, AI에 작업을 지시하려고 입력하는 명령이나 질문을 뜻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이과적이고 기술적인 용어로 느껴진다. 하지만 그 핵심 역량은 다소 인문학적인 의미에서 질문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 있다. AI는 컴퓨터지만 소통방식이 과거와 달리 사람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 무한대의 지식과 정보를 쌓아놓고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그랬겠지만, AI시대에는 더욱, ‘질문에 대한 질문’이 가치 있게 된 셈이다.

. [사진=픽사베이]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일화가 있다. 한 지인이 전해준 이야기다. “김 의장 말에 깜짝 놀랐던 적이 있어. 자신은 지금까지 주어진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살아왔다는 거야. 학창 시절엔 공부도 잘했고 성인이 돼서는 사업도 잘했으니 비교적 그 답을 잘 찾은 거지. 그런데 어느 날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면 답을 찾으려는 모든 노력이 무의미한 것 아니냐, 는 생각이 들더라고 하더군.”

김 의장이 어떤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알지 못한다. 질문을 질문함으로써 카카오를 크게 일으켰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카카오가 곤경에 처하게 되면서 질문에 대한 질문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는 뜻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남에 의해 주어진 질문에 답을 찾으려는 노력보다 주어진 질문이 제대로 된 것인지에 대해 의심을 갖고 새로운 질문을 할 줄 알아야 그 답의 폭발력이 크다는 의미겠다.

기업인에게 답은 경영에 필요한 결정이고, 그 결정은 어떤 질문을 던졌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산업 역사에서 위대한 결정으로 평가될 만한 것은 대부분 ‘혁신’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가까이로는 챗GPT를 상용화한 오픈AI의 최고 경영자인 샘 울트먼과 AI 반도체로 세력을 급격히 키운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그들이다. 조금 멀리는 스마트폰으로 세계인의 일상을 바꿔놓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미래의 인재상을 논하면서 사람에게는 지식과 지혜와 지성이 있는데 그중 인재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지성을 꼽았다. 지성과 함께 강조한 게 ‘디자인 능력’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각자의 책임과 협동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은 지식과 지혜와 지성 가운데 책임과 협동의 자세를 갖게 하는 뿌리가 지성이라고 봤다.

최 회장은 특히 지성을 가진 인재라면 자기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좌표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기술적 실행 능력이라면 지성은 품성을 포함한 인재의 기본 역량이라는 의미로 들린다. 두 능력 모두 마찬가지지만 특히 지성의 경우 젊은 미래 인재들에게만 강조될 것은 아닌 듯하다. 그보다 정치 경제 등 각 분야 리더들이 속히 갖춰야 할 역량으로 생각된다.

최 회장 말처럼 사회 문제를 풀려면 지성과 디자인 능력이 요구되는데 그 능력을 키우는 방법이 ‘질문에 대한 질문’을 반복하는 것일 테다. 이와 관련 두 명이 떠 오른다.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두 명의 인연은 기구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에서 수사 책임자와 피의자로 만났다. 이제 스스로 ‘1호 영업사원’이라는 대통령과 국내 최대 기업 총수로서 경제 위기 돌파의 협력자가 됐다.

상황은 엄중하다. "한국 경제가 헤어나기 힘든 늪에 빠질 수 있다." 지난달 16개 대기업 사장이 모여 외친 이 한마디가 엄살일 순 없다. 기업이 힘들면 국민은 훨씬 더 고통스럽다. 배고파본 적 없고, 자식 학비나 전셋값 걱정도 해보지 않았을 두 사람이 그 고통을 체감하길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가진 것을 다 내놔야 할 수도 있다는 위기는 본능적으로 느끼게 마련이다. 질문을 되뇌지 않을 수 없다.

국내에서 누구 못잖게 많은 답을 요구받는 두 명은 어떤 질문들을 곱씹고 있을까. 이재용 회장이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알 수 없지만 어찌 됐든 답은 냈다. 반도체 조직을 크게 바꿨다. 대통령은 아직 모르겠다. 자신의 좌표를 ‘1호 영업사원’으로 정한 사람으로서, 한국 경제를 늪 속에서 꺼내기 위해, 사령탑의 지성과 디자인 능력을 보여주려면, 어떤 질문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과연 질문하고 있는 것일까.

질문에 대해 질문할 줄 모르고 지시만 하도록 태어난 존재라면 그 지시는 오답일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균성 기자(sere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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