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돌본 장애 아들 살해한 아버지, 징역 3년…법원 참작 이유는?

[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중증 장애 아들을 39년간 돌보다 살해한 60대 아버지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어재원)은 살인혐의로 구속 기소된 60대 남성 A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24일 대구 남구의 자택에서 목욕 중이던 아들 B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범행 후 자살을 시도했고 외출 후 돌아온 아내에 의해 발견됐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의식불명 상태였다가 이후 건강을 회복했다.

이날 선고공판에서 A씨 측 변호인은 그의 아내이자 B씨 어머니인 C씨의 증인으로 신청해 A씨의 안타까운 상황을 재판부에 알렸다.

C씨에 따르면 화물업 운전업에 종사하던 A씨는 중증 장애를 앓던 B씨가 지난 2014년부터 뇌병변 1급 장애를 앓는 등 상태가 악화되자 직장을 그만두고 아들을 돌보는 일에 전념했다.

그러던 지난 2021년 3월, A씨는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 근육이 파열되고 발가락이 절단됐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보험사로부터 '더 이상 병원 치료비를 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아 많은 치료비를 부담하게 되면서 극심한 우울증까지 앓게 됐다.

이 상태에서 B씨로부터 수차례 같이 죽자는 말을 듣게 되자 A씨도 이 세상을 저버릴 의도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C씨는 "남편이 힘든 상황에서도 아들을 돌봐왔다. 하지만 저는 몸이 좋지 않아 아들 돌보는 일을 도와주지 못했다"고 A씨에 대한 선처를 재판부에 탄원했다.

재판부는 "비록 피해자가 중증의 장애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삶에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더라도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우리 사회와 국가가 최선을 다해 보호해야 할 최고의 가치"라며 "무엇보다 부모로서 자신과 자녀의 처지를 비관해 자녀의 삶을 앗아가는 것은 경위를 불문하고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들을 양육하던 중 (피해자를) 시설보호소로 보내는 대신 하던 일을 그만두고 헌신했다"며 "교통사고 후유증과 우울증 속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