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환경·사회·지배구조(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이하 ESG) 경영 성적표를 받았다. 가장 높은 평가 등급을 받은 기업은 없었지만, 일부 기업이 지난해보다 등급이 상승하는 등 ESG 경영에서 성과를 보였다. 반면 등급이 하락한 기업도 있었다.
ESG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이 ESG 경영 현황에 따라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추세여서,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신약 개발뿐 아니라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ESG 경영 체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ESG기준원(KCGS)은 최근 1001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2024년 ESG 등급'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말 기준 데이터를 반영한 것이며, 여기에 제약·바이오 기업도 다수 포함됐다.
KCGS는 국내 주요 ESG 평가기관 중 하나로, 매해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ESG 관련 지속 가능 경영 수준을 평가한다. 평가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3개 분야로 구분되며, 이를 통해 각 기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평가 항목별 득점을 부여한다. 기본 평가와 심화 평가를 거쳐 1차 결과를 도출한 후 피드백을 반영해 통합 등급을 산출한다
평가 등급은 S(탁월)부터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 등 7개 등급으로 분류된다. S등급은 환경, 사회, 측면에서 지속 가능 경영 체계를 매우 충실히 갖추고 있으며, 주주가치 훼손의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평가된다. A+와 A는 주주가치 훼손 여지가 적음을 의미한다. B+ 등급부터는 비재무적 리스크가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일부 존재한다고 평가된다. B는 그 가능성이 있으며, C는 그 가능성이 크고, D등급은 가치 훼손의 우려가 있는 수준이다.
ESG 평가를 시작한 이래 S등급을 받은 사례는 없으며, 현재까지 받은 최고 등급은 A+다. 올해에는 동아쏘시오홀딩스와 HK이노엔이 A+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보다 한 단계 올라선 등급을 받은 것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환경 부문 등급이 B+에서 A로, 지배구조 부문은 A에서 A+로 상향됐다. 환경 부문 등급 상승의 요인은 'ISO 14001'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해 환경경영체계를 구축한 점으로 풀이된다.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주주환원 정책 수립과 ESG위원회 설립을 통한 ESG 활동 강화가 성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계열사들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동아에스티와 에스티팜은 각각 4년 연속과 2년 연속으로 통합 A등급을 유지했다.
HK이노엔의 경우, ESG 평가 두 번째 만에 통합 A+등급을 획득했다. 지난해 첫 평가에서 A를 받은 이후 상향된 평가를 받은 것이다. 사회와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A+등급을, 환경 부문에서는 A등급을 획득했다. 특히 지배구조 부문은 지난해 A에서 올해 A+로 올랐다. 이는 탄소중립 로드맵 이행 등 ESG 성과를 경영진의 핵심성과지표(KPI)와 연계해 경영진 중심의 책임경영 체계를 강화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이사회·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평가 결과와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를 공시함으로써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한층 높였다.
반면 통합 등급이 떨어진 기업도 다수 있었다. 지난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유일하게 A+를 받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배구조 부문에서 한 단계 낮은 등급을 받으면서 통합 등급이 A로 하락했다.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은 올해 한 단계 내려간 B등급을 받았다.
하위 등급으로 분류되는 C와 D등급에는 각각 28개 기업이 포함됐다. C등급에는 광동제약, 제일약품, 제일파마홀딩스, 동국제약 등이, D등급에는 셀트리온제약, HLB글로벌, 국제약품, 동성제약, 삼천당제약, 신라젠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ESG기준원은 "국제기준에 상응하는 문항에 대한 대응 부족, 신규 평가 대상기업의 정보 미공개 등의 사유로 최상위권과 최하위권의 ESG 성과 개선이 미흡하다"며 "지속적인 ESG 경영 수준을 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를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 상당수가 기술특례상장이다 보니 재무구조가 취약한 곳이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환경 부문도 시설 투자로 인한 방법 말고는 사실상 점수를 올리기 어렵다. 현금보유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등급을 올리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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