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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업계, 전기차 캐즘에 생산 목표 하향 조정"


한국자동차연구원, 'BEV 수요 둔화 속 완성차 사별 대응 전략' 보고서 발간
"신차 출시 일정도 연기...장기 관점 경쟁력 제고 전략은 지속"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를 건너기 위해 전동화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전기차 생산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신차 출시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충전 인프라 확산, 연구개발(R&D) 등 투자 확대, 신흥 시장 진출 등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 생산거점 HMGICS에서 로봇이 '아이오닉 5'를 조립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그룹]

4일 한국자동차연구원(KATECH)이 발간한 '배터리 전기차(BEV) 수요 둔화 속 완성차사별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목표를 하향 조정하거나, 생산 시기를 연기하는 등 전동화 전환 속도에 변화를 주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6년까지 향후 3년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목표치를 기존 94만 대에서 84만1000대로 하향 조정했다. 토요타도 2026년 글로벌 전기차 생산 계획을 150만 대에서 100만 대로 축소했다.

미국 완성차들도 전기차 생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까지 북미에서 전기차 100만 대를 생산한다고 했던 계획이 사실상 어렵다고 발표했고, 미시간주의 오리온 타운십 공장의 전기차 픽업트럭 생산 시기를 2026년 중반으로 연기했다. 올해 연간 전기차 생산량 전망도 기존 30만 대에서 25만 대로 하향 조정했다.

포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 생산 차종을 전기차에서 가솔린 픽업트럭으로 변경했다. 아울러 북미 신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픽업트럭 양상을 연기하고, 현재 하이브리드(HEV) 라인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2030년 유럽에서 100%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계획도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병행키로 했다.

테슬라는 50억 달러 규모의 태국 전기차 제조시설 건립 방안 투자를 철회했고, 최근 실적 악화로 매년 공개하는 '임팩트 리포트(Impact Report)'에서 2030년 연간 20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도 삭제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전동화 전환 속도 조절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확장형 시스템 플랫폼(SSP) 출시 지연으로 전기차 'ID.5', 'ID.골프(Golf)' 등의 출시를 연기했다. 전기차 프로젝트 '트리니티' 관련 모델 출시 시기도 당초 2026년에서 2030년으로 늦췄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동화 차량 판매 비중을 50%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2030년으로 미뤘다.

글로벌 배터리 전기차(BEV) 판매 현황 및 전망. [그래프=한국자동차연구원]

완성차 업체들의 이러한 속도 조절은 최근 주요국의 인플레이션과 보조금 축소 및 폐지, 인프라 부족 등으로 글로벌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성장률은 지난 2021년 115.3%까지 높아졌지만, 이후 2022년 62.6%, 지난해 26.6%로 하향세로 돌아섰다.

전기차의 판매 성장률은 둔화했지만, 판매량은 2020년 222만 대→2021년 478만 대→2022년 778만 대→2023년 985만 대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S&P Global)에 따르면, 주요국들의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목표, 장기적 관점에서 공장 신설, 연구개발(R&D) 등 기업의 투자, 충전 인프라 확산 등으로 전기차는 2023년 1500만 대에서 2030년 7000만 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완성차업체들은 전동화 전환의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신흥 시장에 진출하는 등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장기적 판매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포트폴리오 다변화, 투자 전략 확대를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총 120조5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를 포함한 다양한 모빌리티로의 확장과 에너지 사업자로의 역할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이는 지난해 목표 투자액인 109조4000억원보다 10.1% 확대된 것이다.

전기차 전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일본 완성차들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토요타의 북미 투자 확대, 혼다의 중국 시장 현지 전략 모델 출시가 대표적이다.

주요국들이 중국산 전기차의 급격한 확산을 견제하며 무역 장벽을 높이는 가운데, 중국 완성차들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 수출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관세를 100% 인상했고, 유럽연합(EU)은 약 45% 관세 부과, 캐나다는 100% 추가 관세 부과 방침 등을 내놨다.

미국의 테슬라는 주요국의 전기차 수요가 정체되자 향후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시아로 시장 진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전기차에 대한 사치세 폐지, 2025년까지 수입세 면제 등 새로운 전기차 인센티브를 제공 중이다. 태국도 전기차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2030년까지 차량 총생산의 30%를 ZEV(Zero Emission Vehicle)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럽 완성차들은 유연한 전기차 전환이 가능하도록 공급망(밸류체인) 확장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일부 모델에 대한 전기차 출시를 연기했지만, 북미시장 실적 강화를 위한 멕시코 공장 투자, 소프트웨어 대응을 위한 전기차 기업 '리비안'과의 협력 등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다양한 라인업과 경쟁력 있는 전기차 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BMW는 적극적인 전기차 투자를 진행 중으로, 특히 급변하는 글로벌 규제, 정책 변화 대응을 위한 배터리 공장 투자를 권역별로 분산하며 산업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글로벌 전략의 핵심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 대한 투자(20억 달러 공동 투자)와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 전기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지형 KATECH 산업분석실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레거시(전통적인) 완성차들은 내수 시장 리스크 관리를 위한 신중한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는 반면, 대부분의 완성차들은 내수 시장 한계 극복과 중국 의존도 탈피를 위한 다각화된 전기차 시장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완성차별로 각기 다른 전기차 전환 접근 전략이 향후 자동차 생태계를 어떤 방식으로 재편하고, 글로벌 경쟁 구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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