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추진 중인 백종원 대표의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의 공모주 청약에 12조원에 가까운 증거금이 모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앞서 기관 수요예측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며 공모가는 희망 범위(2만3000원~2만8000원)를 21.4% 초과한 3만4000원으로 확정됐다. 확정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4918억원에 달한다.
다만 우려 섞인 시각은 여전히 있다. 불안요인이 적지 않은 상황임에도 기업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것이다. 내달 6일 상장을 앞둔 더본코리아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기(Threat) 요인을 짚어봤다.
◇ 전 국민이 아는 '백종원' 이름값
백종원 대표의 높은 이름값은 더본코리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2015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눈도장을 찍은 후,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최근엔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에 출연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백 대표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워낙 높은 덕에 더본코리아는 따로 광고모델도 쓰지 않는다. 백 대표가 각 브랜드 모델 역할을 한다. 그만큼 경쟁사 대비 마케팅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번 상장 흥행에도 백 대표의 인지도와 호감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더본코리아가 자부하는 또 다른 강점은 '다(多)브랜드' 전략이다. 더본코리아가 보유한 외식 브랜드는 현재 25개로 대다수 경쟁사 대비 많은 편이다. 백종원 대표는 지난 28일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다브랜드 전략 덕분에 위험도 분산하고, 점주 수익성에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 오너 리스크·숫자만 많은 브랜드…강점이 곧 약점?
아이러니하게도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다. 백 대표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큰 탓에 그의 평판 하락이 자칫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성현동 KB증권 연구원은 "대표이사의 높은 인지도가 브랜드 홍보 차원에서는 강점인 동시에 평판 리스크가 공존한다"고 짚었다.
보유한 브랜드가 많지만 실속이 부족한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기준 커피 프랜차이즈 '빽다방'이 전체 매출의 37.3%, 중식 프랜차이즈 '홍콩반점'이 전체 매출의 12.7%를 책임졌다. 두 브랜드를 제외하면 전체 매출에서 10% 이상의 비중을 기록한 브랜드가 없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빽다방 의존도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실상 '커피 회사'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 'K푸드' 열풍 올라타라…해외 사업 '속도'
전 세계적으로 K푸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점은 기회다.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시장과 달리 해외 시장은 블루오션에 가깝다. 현재 더본코리아의 해외 매출 비중은 2% 수준. 글로벌 공략에 성공할 경우 비약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김진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더본코리아는 14개국에서 149개 직·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해외 확장을 위한 거점을 마련함과 동시에 다년간의 현지 운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그동안은 직영점을 먼저 출점하는 방식이었다면, 내년부터는 현지 가맹사업에 특화된 업체와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파트너십을 통해 국외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 방침이다. 해외 매장 전개 속도 및 실적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백종원 대표도 IPO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K콘텐츠의 영향력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많아지는 상황"이라며 "해외 굴지에 있는 유통사들이 먼저 찾아와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해외에서의 드라마틱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 프랜차이즈 상장 잔혹사…이번엔 끊을까
IPO 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은 투심 확보가 쉽지 않은 업종으로 꼽힌다. 태생적으로 내수 시장에 집중하는 B2C 기업이라 성장성이 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많은 가맹점주들이 모인 사업이라 예측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더본코리아도 상장 준비 과정에서 '연돈볼카츠' 일부 가맹점주들과 갈등이 불거지는 등 내홍을 겪기도 했다. 유행에 민감하고,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한 시장의 특성도 리스크로 지목된다.
이 때문에 다수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상장 준비 과정에서 포기하거나, 예비심사 단계에서 자진 철회를 택하는 경우도 적잖다. 어렵사리 상장했더라도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대산F&B, 디딤E&F, 맘스터치앤컴퍼니, 교촌에프앤비 등이 상장에 성공했으나 현재 시장에 생존한 건 사실상 교촌에프앤비뿐이다.
맘스터치는 상장 6년 만인 지난 2022년 자진 상장폐지 했고, 대산과 디딤은 상폐 사유가 발생해 거래 정지 상태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렌드에 민감한 외식업 특성상 외식 프랜차이즈는 사업 지속성에 대한 우려에서 벗어날 수 없고, 과거 국내 프랜차이즈 상장사의 성과도 대부분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여느 때보다 어려운 점도 문제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둔화했고, 원재료값·인건비 상승 등 원가 인상 요인이 크게 늘었다. 어려운 국내 외식 시장 흐름 속에서도 전체 외식 업체 수 중 프랜차이즈 비중은 지난 2018년 15.4%에서 지난해 25.5%로 늘어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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