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가 미국의 수출 규정을 어기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위해 인공지능(AI)·스마트폰용 반도체를 만들었는지 미 당국이 조사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최근 2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상무부가 최근 몇 주간 TSMC 측에 화웨이용 스마트폰·AI 칩 제조에 관여했는지 문의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아직 조사는 초기 단계"라며 "상무부가 자료를 확보하고 결론을 내리는 데 얼마나 걸릴지 등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화웨이가 이름이 다른 중개회사를 내세워 주문을 대신 넣는 방식으로 TSMC로부터 우회적으로 칩을 구매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미국 상무부가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TSMC가 주문을 받을 때 고객사에 대한 실사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미국이 엔비디아 칩의 대중국 수출을 막으면서 중국 기업들은 대체재로 화웨이가 만든 AI 서버 칩을 쓰고 있다"며 "화웨이가 설계한 AI 칩 제조에 TSMC가 관여했는지 여부가 주요 조사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0년부터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가 미국 장비를 이용해 제조한 첨단 반도체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상무부 승인 없이 미국 기술을 이용해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반도체 만드는 것 역시 막고 있다.
TSMC는 반도체 제조를 위해 미국산 장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은 고객사가 규정을 우회하는지 TSMC에 모니터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TSMC는 지난 2020년 미국의 화웨이 규제 당시 화웨이로부터 신규 주문 접수를 중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 대해 디인포메이션는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TSMC는 애플·엔비디아 등 글로벌 주요 빅테크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반도체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아울러 TSMC는 미 반도체법 보조금 지원을 받아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 세 곳에 650억달러(약 89조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 대해 TSMC는 성명을 통해 "수출통제를 포함한 모든 관련 법률·규정 준수에 전념하고 있다"며 "문제 소지가 있을 경우 신속히 조사를 진행하고 관계당사자와 선제적으로 소통하는 등 법률 준수를 위해 신속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미국 상무부가 TSMC가 화웨이와의 거래에서 미국 수출 규정 위반을 확인할 경우 미국 기술에 대한 일시적인 접근 제한이나 벌금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상무부는 시게이트테크놀로지가 화웨이에 하드디스크드라이브 기술을 판매한 혐의로 벌금 3억달러(약 4113억원)를 부과한 바 있다.
/권용삼 기자(dragonbu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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