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서울 강남 한복판이자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인 신반포2차의 시공사가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면서 현대건설의 무혈 입성 가능성이 높아졌다. 벌써 조합과 현대건설은 조합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일부 조합원들이 단독 입찰이 아닌 경쟁 입찰로 조합원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시공조건을 확보해야 한다고 반발해 향후 시공사 선정 과정이 매끄럽게 이어질지 관심이다.
◇신반포2차 시공사 선정 수의계약 전환…현대건설 분주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반포2차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4일 현대건설에 '시공자 수의계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통보' 공문을 발송해 지난 7일 현대건설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두 차례에 걸친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효 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진행된 첫번째 입찰에서 현대건설 1곳만 단독 입찰했다. 조합은 재공고를 내고 지난 4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했지만 역시 현대건설 1곳만 참여했다. 시공사 선정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조합이 개최하는 현장설명회에 참석해야 입찰 자격이 주어진다.
조합 관계자는 "(과거에) 입찰 공고 전 시공 순위 10위 안에 드는 건설사들에게 단체 공문을 통해 간담회나 설명회도 개최하면서 계속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첫번째) 입찰 시 현대건설 한 개 업체만 참여한 것은 시공사들이 나름대로 계산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9조에 따르면 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총회에서 제1항에 따라 경쟁입찰 또는 수의계약의 방법으로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해야 한다. 수의계약은 2회 이상 경쟁 입찰이 유찰된 경우로 한정한다.
따라서 조합은 바로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달 조합은 대의원회를 열고 '현대건설의 시공사 선정' 안건을 총회에 상정할지 판단한다. 안건 상정과 맞물려 시공사와 조합이 합동설명회를 개최한 후 단지 외부에 홍보관을 설치해 조합원들에게 현대건설의 시공 조건 등을 알리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오는 12월 1일로 예정돼 있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기준에 1차 합동 설명회가 끝나면 홍보관을 설치할 수 있다"며 "조합원들도 지금 시공사 선정이 경쟁으로 이뤄지는 사업지가 거의 없다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요한 점은 단독 또는 경쟁 입찰이냐를 떠나 '어떤 조건으로 우리 사업에 입찰하느냐'이기 때문에 조합원들도 시공 조건을 많이 궁금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신반포2차아파트는 대단지 아파트다. 특이하게 한강변을 따라 줄줄이 아파트가 세워져 있는 '기역(ㄱ)'자 모양이다. 1978년 입주한 이 단지는 현재 13개 동, 1572가구 규모로 지하 4층, 지상 최고 49층, 2056가구로 탈바꿈한다. 3.3㎡당 공사비는 950만원으로 총 공사비는 1조2830억9400만원에 달한다.
현대건설은 그간 신반포2차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5월 현대건설 임직원들은 신반포2차 설계를 대비해 프랑스의 건축업체 '2포잠박(2Portzamparc)'과 신반포2차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조합의 일정에 맞춰 입찰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성공적 사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최초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2포잠박(2Portzamparc)' 디자이너와 협업해 최고의 설계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하고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확립해가는 동시에 조합원들에게 최고의 주거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강변 핵심 사업지인데 단독 입찰"…일부 조합원 반발
다만 수의계약 전환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방문한 신반포2차에는 '국내 최고의 입지 단독 입찰 결사 반대'라고 씌여있는 커다란 현수막이 조합이 내건 현수막과 나란히 함께 걸려 있었다.
지난달 이 현수막을 내건 조합원들은 경쟁 입찰을 통한 시공사 선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올바른 재건축을 위한 비상 모임'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시공사 선정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다른 건설사와 경쟁을 해서 정당하게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는 얘기"라며 "대우건설도 관심이 있었는데 조합에서 단지 내 출입을 못하게 하면서 입찰 얼마 전까지 버티다가 철수했다"고 토로했다.
이 모임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조합원은 200~300명 수준으로 전해진다. 신반포2차 조합원이 총 1530명인 점을 고려하면 최대 20% 수준이 안 된다. 동조하는 조합원이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현대건설 입찰을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입김이 커질 수 있지만 현재로선 동력이 약하다.
이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안건이 논의되는 대의원회의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에게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내용을 설득할 예정"이라며 "이 방법이 안 된다면 오는 12월 예정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전체 총회의 과반수 참석을 막아 무산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관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도정법 제45조에 따라 시공자의 선정을 의결하는 총회의 경우에는 조합원의 과반수가 직접 출석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반대로 시공사 선정 취소나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 다른 안건의 경우에는 조합원의 20% 이상만 출석하면 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