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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전자 연말 인사에 쏠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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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부진한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고, 전영현 부회장이 이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사과문까지 내놓자,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칼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제기됐었다.

전 부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히면서도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보다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 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 등을 통해 새롭게 변신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대안이 추상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결국 연말 인사를 통한 해법 제시가 중요해졌다는 시각이 많다.

삼성전자의 최근 위기는 인공지능 시대 메모리 전략의 판단 착오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뒤처지고 적잖은 시간이 지났지만 추격에 애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먼저 개발해 제시하고 시장을 만들어 온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 한발 늦은 데는 수년 전 연구팀을 축소한 영향이 컸다고 한다. 전래동화 '토끼와 거북이'의 토끼처럼 HBM 기술을 개발해놓고, 당시 최고 경영진의 판단으로 시장이 더 커질 때까지 손을 놨다는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가 촉발한 빅테크들의 AI 투자가 이어졌고, 삼성전자의 예상보다 시장이 급격히 커졌다.

사실 이미 커진 시장에 뛰어들어 압도적 기술력과 물량으로 경쟁사들을 밀어내는 일은 삼성전자에 익숙한 비즈니스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뒤늦게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려 도전했지만 여러 이유로 1년이 넘도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리해보면, AI 기술 발전의 속도와 한정된 연구개발 자원 배분을 오판(誤判)한데다 최대 강점이었던 기술 추격까지 실패한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회사의 위기에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회사 내부에 '엔지니어가 존중 받지 못한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과거 삼성전자는 걸출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가 오너와 직접 소통하고 전폭적인 지원 아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해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이름을 나란히 하는 삼성전자에 어울리는 '테크 리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삼성전자가 이번 인사에서 '메모리 성공 DNA'를 시스템LSI·파운드리에 이식하겠다는 낡은 방법은 버렸으면 한다. 메모리가 압도적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높은 이익을 내는 사업이라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는 철저히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업의 본질에 가깝다.

삼성전자 출신 여러 인사들은 메모리 출신 임원들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사업부에 적합하지 않은 솔루션을 적용해왔다고 지적해왔다. 변화의 폭을 보여줘야 할 이번 인사에서 여러 차례 지적된 일을 반복한다면 시장의 실망은 더욱 커질 것이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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