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수 부진·물가 안정에 금리 0.25%p 인하(상보)

[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계속된 내수 부진과 지난달 1%대를 기록한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서다. 증가율이 둔화한 가계대출도 한몫했다.

11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내렸다. 지난 2021년 8월 0.25%포인트(p) 인상해 통화 긴축에 돌입한 지 38개월 만이다. 한은이 직전에 기준금리를 내린 건 2020년 5월이다. 당시 0.75%에서 0.50%로 인하했다.

경기·성장 부진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2% 역성장했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2년 4분기 마이너스(-) 0.5%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민간 소비가 0.2% 감소했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각 1.2%, 1.7%씩 줄었다.

금리를 내려 이자 부담을 덜어줘야 민간 소비·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소비 여력도 커져 내수 경제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이 한은에 금리 인하를 계속 압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대로 내려 향후 금리 인하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를 줄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5(2020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1.6% 올랐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하기도 했다.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전월보다 5조6029억원 늘었다. 8월 증가액 9조6259억원보다 4조원가량 감소했다. 역대치를 기록한 8월보단 둔화했지만, 올해 상반기에 비해 빠른 증가세인 만큼 대출을 집중 관리할 필요성이 크다.

한은이 경기 부양을 위해 대출 증가세가 확연히 꺾였다고 판단하기 전에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했고, 은행들도 점차 대출을 억죄는 정책들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