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또 하나의 대책 내놔...국가핵심기술 지정 신청

[아이뉴스24 최란 기자] 고려아연이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했다.

이번 대응책이 당장 경영권 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지만 MBK 측에 적잖은 부담은 줄 수 있다는 게 고려아연 측 설명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날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판정신청서를 제출했다.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로 신청한 기술은 이차전지소재 전구체 관련 기술로 특히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이다.

해당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될 경우, MBK 측은 고려아연 경영권 획득에 성공하더라도 이를 해외에 매각할 때에는 정부 승인을 얻어야 한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는 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대상기관이 해당국가핵심기술을 외국기업 등에 매각 또는 이전 등의 방법으로 수출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돼 있다.

문제는 정부가 판정을 내리더라도 이번 분쟁이 종료된 뒤일 가능성이 높고 당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국가핵심기술 판정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문위원회 개최를 비롯해 표준절차를 진행하는 데 최소한의 시간이 걸린다.

고려아연 측도 이르면 10월 중으로 선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공개매수 마감일인 10월 4일 이전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영풍·MBK 측에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로 선정된다면,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해외에 매각하기가 매우 곤란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MBK파트너스는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 중 하나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을 사서 결국 다시 팔아야 하는데 (해외 매각이라는 방법이 사라져) 팔기가 어려워지면 고민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지분을 사들이고 영풍 지분까지 사면 거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는데, 이 절반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면 약 7~8조 원에 팔아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인수하려는 국내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고 결국 해외에 팔 가능성이 높은데 이 또한 불가능해진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MBK파트너스 측은 이와 관련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고 지속적으로 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