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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피크아웃' 갑론을박…삼성·SK, '고객 맞춤형' AI 메모리로 정면돌파


'AI 거품론'에 D램 가격 상승세도 꺾여…"공급과잉 우려" VS "과도한 비관론"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최근 대두된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주춤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더해지며 반도체 업황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가 줄며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줄고, 범용 D램 메모리 제품의 수요도 기대에 못 미치며 공급 과잉에 따른 업황 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한 편에선 메모리 개발 방향이 '고객 맞춤형'으로 바뀌며 수주 물량 위주의 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점에서 과거의 업황 사이클과 다르다는 점에서 공급과잉 우려는 과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피크아웃(정점 지나 하락 전환)' 가능성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15일(미국 시간)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겨울이 다가온다(Winter looms)'라는 보고서에서 메모리 시장 전반이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54% 낮췄고, 섬성전자의 목표주가도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27.6% 하향 조정했다.

스마트폰과 PC 등 정보기술(IT) 시장 성장 둔화로 범용 D램 수요의 회복세가 더딜 것이란 진단에서다. 특히 AI 가속기의 필수품으로 꼽히는 HBM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며 공급 과잉 우려도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와 AI 투자 열기가 한풀 꺾였다는 회의론이 더해지며 메모리 업황 사이클이 다시 하강 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범용 메모리의 경우, 일부 제품에서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지난 8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2.38% 내린 2.05달러로 집계됐다.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상승 흐름을 보이다가 올해 5∼7월 3개월간 2.1달러로 보합세를 유지한 후 지난달 하락 전환한 것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IT 수요 부진의 영향은 있지만, 당분간 메모리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범용 수요의 경우 PC와 모바일의 더딘 회복세가 이어지며 4분기와 내년에 대한 우려가 형성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가장 중요한 일반 서버향 수요 동향은 견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모리)생산 업체들의 PC와 모바일용 제품의 공급 확대는 제한적이어서 4분기 급격한 가격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약 3년간 부진한 PC 및 모바일 수요도 기저 부담이 낮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메모리 업황 자체가 하강 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은 '과도한 비관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거품론'에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AI 관련 메모리 제품인 HBM과 기업용 데이터 저장장치(eSSD)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025년의 HBM 물량까지 '완판'했고, 미국 마이크론도 내년까지 HBM 물량을 모두 판매했다. 삼성전자도 AI 반도체 큰 손 엔비디아의 HBM3E 제품 성능 테스트 통과가 임박한 상황으로, 하반기 본격적인 공급이 예상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발표한 메모리반도체 산업점검 보고서에서 "AI 서버에 대한 투자 규모가 단기간 내 축소될 가능성은 작다"며 "향후 12개월 동안 메모리반도체 업황은 개선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HBM은 기존 범용 D램과 달리 고객 맞춤형으로 개발돼 주문받는 수주형 사업이다. 일각에서 HBM의 공급과잉을 우려하고 있지만, '선(先) 주문-후(後) 생산' 방식이기 때문에 가격이나 공급 물량의 변동성이 크지 않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HBM 생산 물량 확대를 위한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철저히 고객의 수요에 기반한 투자 계획을 수립해 집행하는 것도 과거와 같은 공급 과잉에 따른 업황 침체 위기를 겪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AI 산업은 HBM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의 전반적인 생산 방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 AI 시장에선 저전력, 고성능, 대용량, 특화 기능 등 고객사마다 각자의 시스템에 최적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메모리 생산 방식이 기존 범용 제품의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의 주문형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고객 맞춤형'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AI는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HBM뿐만 아니라 각종 데이터 센터용 서버, PC로 적용 영역을 확산하며 첨단 D램, 낸드플래시 등 다양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맞춤형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76억 달러(약 10조2000억원)에서 2028년 450억 달러(약 60조4000억원) 규모로 6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43%에 달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실적발표회에서 "HBM은 1년 이상 고객 계약 물량을 기반으로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투자 증가는 곧 제품 주문량의 증가를 의미한다"며 "향후 다양한 응용처에서 AI 기술이 적용되면 프로세싱인메모리(PIM) 등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산업은 과거 소품종 대량 생산구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제품 다양하게 늘어나며 고객 원하는 제품을 장기 공급하는 주문형 산업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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