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장기화하고 있는 의료대란을 해결할 돌파구로 꼽혔던 '여야의정협의체' 추석 전 출범이 최종 무산됐다. 협의체를 최초 제안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여전히 '동분서주'인 가운데, 정부가 여전히 '2025년 증원 백지화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연휴 직후 빠른 시일 내 협의체가 모습을 갖출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추석 당일인 17일 여야의정협의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협의체 출범은 대한의사협회 등 8개 의사단체들의 최종 참여 거부로 지난 13일 사실상 물거품 된 바 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당시 브리핑에서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현시점에 여야의정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라며 내년 의대 증원 불가 방침을 밝힌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한 대표를 중심으로 그간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간극을 좁히는 데 집중했다. 지난 6일 한 대표가 협의체를 최초 제안한 전후로 당은 수면 위아래로 의료계·정부 측 인사를 지속적으로 접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부도 '2026년 의대 증원은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선회했고, 의료계에서도 참여 의사를 드러낸 단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이전보다 긍정적 기류가 감지됐다.
다만 '2025년 의대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 간 입장이 모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것은 결국 협의체 출범에 걸림돌이 됐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지역 필수 의료체계 개선 당정협의회에서는 '2025년 의대 증원 관련 사항도 협의체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하자'는 한 대표와 '2025년은 논의할 수 없다'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주장이 크게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리는 또 직후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선 "의료공백 사태의 제일 책임은 전공의에게 있는 것이다"라고 하는 등, '대화 분위기'를 뒤로한 채 의사 단체를 향해 날을 세웠다. 최 대변인도 지난 13일 브리핑 내내 총리를 필두로 한 이와 같은 정부의 움직임을 '정부가 불통이다. 전공의를 전 국민 앞 망신 주고 겁박하고 있다. 대화 제의가 아닌 의료계 우롱'이라는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의정 갈등의 핵심 주체인 의사 단체와 정부는 완전히 등을 돌리고 있지만, 중재자 역할을 자처 중인 한 대표는 아직 끈을 놓지 않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추석 전날인 16일 당직근무 중인 경찰·소방공무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1대1로 의료단체들을 보면서 의견을 듣고, 참여해달라는 설득을 계속 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협의체 출범 시기에 대해선 "여러 의료단체 대표들을 뵈면서 확실히 알게 된 건 의료계도 국민 건강을 우선하고 있고, 그 목표하에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그 생각이 같으면 조속히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료계와 정부가 갈등 중인 것과 관련해선 "의료단체들이 협의체 참여를 주저하는 게, 그런 부분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며 의료계를 향해 협의체에 들어와 생각을 좁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고 당부했다.
여권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대표 등 국민의힘은 추석 직후 이른 시일 내 협의체를 출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 더해 더불어민주당도 정부의 강경한 태도를 문제 삼아 '개문발차' 모양의 협의체를 반기지 않으면서, 조속 출범은 어렵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추석 직후인 19일 민주당이 김건희·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국민의힘이 이른바 '정쟁용'으로 규정한 각종 법안의 통과를 예고하고 있는 것도 '대화 분위기'를 더욱 얼어붙게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에서 "연휴 전날까지도 여야의정 협의체를 두고 오락가락하던 정부여당의 무책임한 행태를 모든 국민이 지켜봤다"며 "윤석열 정부는 늦었지만 책임감을 발휘해 의료대란 해결에 나서달라"고 정부·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의료계도, 야당도 한 대표의 협의체 제안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은 한 대표와 얘기해서 기대될 것이 없다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실과 정부가 더욱 전향적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은 계속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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