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주류 유행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힙'한 술이 빠르게 변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최근 열풍을 일으켰던 수제맥주, 와인, 위스키의 인기가 다소 사그라진 가운데 데킬라, 사케 등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15일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데킬라 수입액은 647만6000달러로 전년(586만6000달러) 대비 10.4% 증가했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253만1000달러)과 비교하면 1.6배가량 늘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데킬라 국내 누적 수입액은 345만7000달러로 현재 추세를 이어갈 경우 무리 없이 지난해 이상의 성적표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데킬라는 맥시코를 대표하는 고도수 증류주다. 알로에를 닮은 다육식물 '용설란'으로 만든다. 정확히는 멕시코 할리스코주 데킬라시와 인근 일부 도시의 특산물 '파란 용설란'으로 만든 증류주에만 데킬라란 이름이 붙는다. 해외에서 데킬라는 이미 인기 있는 술이다. 약 10년 전만 해도 취하기 위해 먹는 저렴한 술이란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엔 미국 등 해외 젊은층 사이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급성장했다.
일본 청주 '사케'도 약진하고 있다. 지난해 사케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한 2475만3000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수입액 역시 역대 최대인 1434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전체 주류 시장에서 사케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지만, 새롭고 맛있는 술을 찾는 젊은 세대를 공략할 아이템으로 주목받는 분위기다. 특히 소비 트렌드 영향이 큰 편의점의 경우 취급하는 사케 품목을 대폭 늘리고, 특화 매장까지 오픈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그간 유행을 선도해 왔던 와인, 위스키 인기는 주춤하고 있다. 올해 1∼7월 와인 수입액은 2억6329만달러, 위스키 수입액은 1억4317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10.2% 감소했다. 코로나19 급성장했던 수제맥주 역시 인기가 시들해져 주요 업체들이 경영난에 휘청이거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주류 유행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별화된 경험을 중시하지만, 동시에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이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른 영향이 크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류 유행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것 같다"며 "남들과 다르면서 트렌드에 맞는 술을 마시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유행하는 순간 남들과 다르지 않게 된다. 결국 계속 새로운 술을 찾아다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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