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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쇼크] ⓛ "조건 또 달라졌네"…부동산시장 '대혼란'


은행권 가계부채 관리에 '1주택자 갈아타기'도 규제 포함
대출 관련 정부 혼선으로 수요자 '혼란'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얼마 전에는 집값 잡겠다고 대출 금리를 올리더니 지금은 실수요자들 힘들다며 대출 조건이 달라졌네요. 내일은 대출 조건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믿을 구석이 있어야 집을 사든지 팔든지 할 것 아닙니까."

최근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이 같은 푸념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관련 조건이 수시로 바뀌면서 수요자들이 혼란이 크다는 얘기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일 우리은행은 예비 신혼부부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마련했다. 예식장 계약서를 제출하는 등 결혼 예정임을 입증한 경우나 대출 신청 시점으로부터 2년 이내 주택을 상속받은 경우 수도권 주택을 구매하거나 전세 계약을 할 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앞서 우리은행은 세대 구성원 중 1명이라도 1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경우 수도권 주택 대상 주담대와 전세 대출을 전면 차단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정작 주택이 필요한 실수요자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일부 조건을 변경한 것이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또한 주담대를 신규 구입 목적의 무주택 세대만 취급하기로 했지만 10일 1주택자라도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에는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대출 규제에 예외 사항을 마련했다.

이런 움직임 속에 수요자 혼란은 작지 않다. 금융당국이 일제히 가계 대출에 대해 규제 강화 조치를 내놓은 후 은행마다 대출 조건이 달라진 영향이다. 기존 주택을 매도하고 다른 주택을 매입하는 주택 갈아타기 수요자의 대출이 힘들어지는 등 부작용도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우리·신한은행 등은 세대 구성원 중 1명이라도 유주택자라면 수도권 주택 대상 주담대 취급을 제한해왔다. 반면 NH농협·하나은행 등은 여전히 1주택자도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은행마다 1주택자 대상 주담대 상품 취급 여부가 달라 수요자들은 은행 업무 시작과 동시에 대출을 받는 '오픈런'도 속출했다. 지난달 한 인터넷은행에서 주담대를 신청했다는 A씨는 "은행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대출 사이트에 들어갔고 직접 입력해야 하는 정보는 메모장에 미리 적어놓고 붙여넣기를 해서 3일 만에 대출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택 수요자 B씨는 "유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팔지 않고 또 다른 주택을 대출받아 매입하면 문제지만, 기존 주택을 팔고 이사 가려는 수요자에게는 대출을 해줘야 하지 않나"라며 "집이 있으면 이사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죄인이 되는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 "앞으로 어떻게 된다는 거야"...정책·신용 대출도 혼란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아이뉴스24DB]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아이뉴스24DB]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에서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는 점도 혼란을 키우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가계대출 실수요자와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갭투자 등 투기 수요 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로 언급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원장의 일관되지 않은 듯 한 주문이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원장은 지난 7월에는 "무리한 대출 확대가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언급하자 금융권이 일제히서 대출 금리 인상에 나선 바 있다. 그러다 지난달 25일에는 "우리가 바란 건 (금리 인상이 아닌) 포트폴리오 관리"라고 지적함으로써 금융사들이 주담대 취급을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더해 신생아 특례대출과 디딤돌 대출 등 정책대출에서도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상품은 시중은행 대출 상품 대비 저금리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정책 대출을 주택 수요자들 사이 인기를 끌었다. 다만 해당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주택 가격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끌어올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책대출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자 국토교통부에서는 상반된 입장 나왔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 대출 조건 변경 가능성을 묻자 "정책 대출이 가진 목표를 가급적 건드리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이 6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책 모기지 부분도 추가로 검토할 게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한 것과 상반된 발언이다.

이에 더해 이르면 3분기로 예정됐던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기준 완화도 연기됐다. 앞서 국토부는 4월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기준을 부부 합산 2억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6월에는 2025년부터 2027년 사이 출산한 가구에 대해선 2억500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다만 3분기를 약 1개월 남겨놓은 9월에도 구체적인 적용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도 수요자들이 이용하는 일부 대출 조건이 더 변동될 가능성이 남았다는 점이다. 당국은 주담대 조건이 강화하면서 일부 수요자들이 신용대출로 옮겨가자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 방안을 검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차례로 신용대출을 최대 연 소득까지만 내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연소득의 150% 수준으로 신용대출 한도가 정해졌지만 이를 축소한 것이다.

매일 바뀌는 조건에 주택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일까지 집계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389건으로 7월(8789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직 계약 신고일이 약 한 달 남았지만 업계에서는 거래량이 7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정부에서 가계대출 부실을 막기 위해 대출을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한다"면서도 "대출이 필요한 수요자에게는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핀셋 규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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