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환하는 기술이 부상하면서, 이 기술의 핵심 요소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제(Human Hyaluronidas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환자의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에서다. IV 제형의 경우 약물을 정맥에 투여해야 하므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의 투여를 받아야 하고, 4~5시간이 소요되는 불편함이 있다. 반면 SC 제형은 약물을 허벅지나 팔뚝 등 피하지방층에 환자 스스로 투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이렇게 투여된 약물은 피하지방층 안쪽 혈관으로 흡수돼 체내로 빠르게 확산된다. 소요 시간도 5분 이내로 짧고 통증 역시 적어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알테오젠은 지난 2020년 자사가 개발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Human Hyaluronidase) 기반 피하주사(SC) 변경 기술인 'ALT-B4'를 미국 머크(MSD)에 총 4조6000억원 규모로 이전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올해 2월에는 5750억원 상당을 추가 계약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는 인체 내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효소다. 피부 조직은 각질층, 표피층, 진피층, 피하지방층 등의 순으로 구성된다. 진피층에는 히알루론산과 콜라겐 등 물질이 있는데, 피하지방층에 약물을 주사할 때 히알루론산이 약물의 진입을 방해하기 때문에 약물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흔하다. 이때 인간 히알루로니다제가 피하지방층으로 약물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약물이 혈류에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국내 기업인 알테오젠과 미국 바이오기업 할로자임 두 곳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기술은 SC 제형의 약물 전달 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고 응용 범위도 확대되면서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네스터에 따르면 히알루로니다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억달러(한화 약 1조3500억원) 상당을 기록했다. 오는 2036년에는 120억달러(한화 약 16조2500억원)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아미코젠과 휴온스랩, 셀트리온 등 기업들도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SC 변경 기술에 대한 개발에 나섰다. 아미코젠은 이달 초 인간 히알루로니다제에 관한 특허를 출원했다. 특허명은 '중성 pH(산성도)에서 높은 활성을 보이는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의 변이체 및 이의 용도'다. 이번 특허는 기존에 상용화된 알테오젠이나 미국의 할로자임에서 사용하는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이 아니다. 이는 새로운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사용해 기존 특허를 원천적으로 벗어난 기술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아미코젠 관계자는 "이번 특허 출원은 아미코젠의 신규 성장 동력인 고부가가치의 의약용 효소 사업의 재평가가 시작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향후 3년 내 비임상 및 임상 단계를 거칠 계획"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휴온스랩의 경우 지난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식약처)부터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인 'HLB3-002(하이디퓨즈)' 임상 1상 계획(IND)을 승인받았다. 하이디퓨즈의 오리지널 제품은 미국 할로자임의 '하일레넥스'다. 회사는 동물 실험을 통해 오리지널 제품 대비 동등한 효력을 여러 차례 확인했으며, 비임상 독성시험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했다.
올해 7월에는 하이디퓨즈의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 등록을 마친 상태이며, 내년 6월쯤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할로자임이 보유한 히알루로니다제의 미국 물질특허는 오는 2027년 9월 만료된다. 휴온스랩은 현재 국제 특허 출원(PCT)을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할로자임 히알루로니다제 물질특허가 만료된 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특허 회피와 더불어 생산기술 부분에서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도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SC 제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진석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가 들어간 제품(바이오시밀러)을 개발 중이고,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며 "모든 제품은 아니지만,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통한 SC 제형이 꼭 필요한 제품들은 자체 개발 중"이라고 언급했다.
셀트리온은 이미 세계 최초의 인플릭시맙 SC 제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를 개발했으며, SC 제형의 성공 가능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기업이다. 회사가 개발 중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셀트리온은 SC 제형 개발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 개발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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