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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위기] 폭염 '불평등' 시대…"냉각 권리를 달라, 달라!"


유럽 국가, 냉각 권리(Cooling Right) 고민해야

영국의 한 경비병이 지난 6월 24일 근무 중 폭염에 쓰러지고 있다. [사진=NOAA]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 세계에 불볕더위가 삶을 집어삼켰다. 지구 가열화에 따라 지구 평균온도가 치솟고 특히 특정 지역에서, 특정 기간 집중적으로 폭염이 덮치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폭염 관련 사망자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유럽 지역은 폭염에 더 취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 지구 가열화 속도가 다른 대륙과 비교했을 때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자료를 보면 1999년 연간 1069명이던 열사병 사망자는 2023년 2325명에 달했다. 24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 속도는 지구 가열화가 가속하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올해 우리나라도 온열질환자가 급증했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온열질환 발생통계를 보면 올해(8월21일 기준) 발생한 전체 온열질환자 수는 3019명으로 파악됐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도 28명으로 집계됐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온열질환자 규모는 역대 가장 많이 발생했던 2018년(4526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폭염이 단순히 여름 한 시즌 ‘아, 덥다’를 넘어 이젠 생명까지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침묵의 살인자’로 다가오고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 지는 “스페인의 관련 연구를 보면 가난한 사람이 폭염에 더 많이 노출되고 사망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폭염의 ‘불평등 시대’가 유럽 곳곳에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훌리오 디아스 히메네스(Julio Díaz Jiménez) 마드리드 카를로스 3세대학교 교수는 “폭염은 모든 사람에게 다 똑같지 않다”며 에어컨도 없는 방에서 3명이 함께 쓰는 상황과 풀장과 에어컨까지 갖춘 빌라에 사는 것은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히메네스 교수팀은 마드리드의 17개 지역을 대상으로 폭염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 폭염이 사망률에 영향을 미친 곳은 가계 소득이 평균 이하인 3개 지역뿐이었던 것으로 진단됐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시민들이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에 설치된 미스트 분사 장치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히메네스 교수팀은 스페인 전역을 대상으로 비슷한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같은 현상이 파악됐고 “폭염과 취약성에 관한 핵심 요소는 소득 수준”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저소득층 사람들이 폭염에 취약한 것은 현실을 보면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저소득층의 많은 사람이 더위를 피할 수 없는 과밀하고 환기가 잘 안되는 집에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적절한 의료 서비스도 받기 어렵다. 여기에 고온에 노출되는 농업과 건설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이 많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올해 초 스페인 어린이 3명 중 1명이 집에서 시원함을 유지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야미나 사헵(Yamina Saheb) 기후변화 완화 관련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저자는 “지구 가열화가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각국 정부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냐고 반문했다.

사헵 박사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이른바 ‘냉각 권리(Cooling Right)’를 역설했다. 사헵 박사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냉각에 대한 접근을 권리로 인식하도록 설득하고 있는데 현실은 여의치 않다”고 토로했다.

로샤(Alby Duarte Rocha) 베를린기술대학 연구원은 “관련 연구 결과 저소득층 주민들은 녹지 공간이 적은 아스팔트가 많은 곳에서 사는 확률이 높았다”며 “열기를 식혀줄 녹지 공간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저소득층 주민들은 이런 공간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로샤 연구원은 “정책 입안자와 정치인들은 이제 냉각을 대중교통이나 거리 청소와 비슷한 제공 서비스로 판단해야 한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가장 적은 그룹(저소득층)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가장 큰 영향과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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