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정확한 입주 진행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어서 '안양역 푸르지오 더샵' 계약을 할 때는 입주예정일인 10월 20일에 맞추기 보다는 11월20일쯤으로 실입주 일정을 넉넉하게 잡으려고 해요. 전세 시세가 4억~5억원인데 자칫 입주가 늦어지면 안 되니 불안해서 그러는 겁니다."(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
경기도 안양에선 올해 하반기 중 대단지 아파트 두 곳, 5000여가구의 집들이가 있다. 오는 10월 입주 예정인 '안양역 푸르지오 더샵(2736가구)'과 지난 20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평촌 트리지아(2417가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 단지는 '초대형 대단지'라는 공통점 외에도 재개발 사업 막바지에 비례율 문제로 인한 조합 내 갈등으로 인한 여파가 미치고 있어, 데칼코마니를 떠올리게 한다. 이로 인해 평촌 트리지아는 입주가 한 달 가까이 미뤄져 시작됐고, 안양역 푸르지오 더샵은 입주를 앞두고 조합장이 해임돼 입주 지연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조합장 해임 결의…이에 맞선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
지난 27일 오전 기자가 찾아간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의 안양역 푸르지오 더샵은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 듯 보였다. 단지는 펜스로 막혀 들어갈 수 없었지만 출입구에는 시공사 브랜드가 새겨진 문주가 세워져 있고 단지 주변의 도로를 정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입주 예정일인 10월20일에 앞서 8월30일부터 사흘간 사전점검을 진행하는 일정이 차질없이 이뤄지며 사실상 입주 준비가 상당히 마친 듯 했다. 진흥아파트 정비사업으로 대우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짓는 이 아파트는 지하 2층, 지상 최고 37층, 21개동, 전용면적 41~99㎡ 2736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겉으로 보는 작업진도와 달리 속내는 복잡한 상태다. 추가분담금 문제로 이달 조합장이 해임되는 등 내홍을 겪고 있어서다. 재건축조합 정상화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 임원의 해임과 직무정지를 의결했다.
진흥아파트 정비사업의 비례율이 109.35%에서 94%로 하락하면서 조합원들은 예상치 못하게 가구별로 4000만~6000만원의 추가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는데, 기존 조합 집행부가 이런 사태를 몰고 왔다는 불신임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례율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비례율이 100%를 넘기면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되며 조합원들도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100% 아래로 내려가면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
이에 맞서 해임된 조합장은 임시총회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재 조합에 남아있는 이사 2명 중 1인이 조합장의 직무를 대행 중이다.
조합 관계자는 "가처분 소송에는 대응하되 입주에는 지장이 안 가도록 최우선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10월20일부터 12월31일까지로 입주시기가 예정돼 있으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역 푸르지오 더샵은 분양가 대비 가격이 올라 있다. 다만 거래는 입주 지연 우려 등으로 주춤하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가 막 시작됐었는데 최근 들어 다시 줄어 들었다"며 "전세 세입자를 구하려고 해도 입주 시기를 확신할 수 없고 혹시라도 입주 문제 해소까지 몇 달 더 걸릴까봐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일 전용 84㎡가 11억 6600만원에 입주권이 거래됐다. 같은 주택형의 일반 분양가 9억3970만~9억5190만원대보다 2억원 가량 높다. 보통 조합원 분양가가 더 저렴한 것을 고려하면 분양가 대비 차익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용 59㎡의 분양권도 지난 7일 8억2429만원(35층)에 계약이 체결됐다. 2022년 분양 당시 기준 동·호수에 따라 전용 59㎡의 분양가가 7억5790만~7억7400만원선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5000만원 가량 오른 것이다.
◇입주 20일 지연된 평촌 트리지아..."분양가 대비 올랐네"
당초 8월1일 입주 예정이었던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의 평촌 트리지아는 20일이 돼서야 입주를 시작했다. 지난 6월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 임원들이 해임되고 새 조합장을 선임하면서 준공 승인 등 행정적 절차가 지연됐던 탓이다. 융창아파트주변지구 재개발 사업으로 조성된 이 아파트는 지하 5층, 지상 34층, 22개동, 전용 36~84㎡ 2417가구 규모다. 시공은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SK에코플랜트·코오롱글로벌)이 맡았다.
이 단지 역시 비례율이 낮아지면서 발생한 추가분담금 영향이 입주 시기를 지연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당초 비례율은 종전 152%에서 100.34%로 떨어졌다가 다시 94%로 하락했다. 이후 조합원들이 이를 100.34%로 다시 정정하려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1일에 맞춰 이사를 준비하거나 전세 세입자를 들이려는 분양자들이 이사 늦추거나 계약을 조정 및 파기하는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분양가 대비 가격은 올랐다. 지난 4일 전용 59㎡ 입주권은 7억원(26층)에 매매 거래가 체결됐다. 지난 7월에는 전용 59㎡ 분양권이 6억7960만원(22층)에 거래됐다.
2021년 분양 당시 평촌 트리지아 일반 분양가는 3.3㎡당 2351만원에 책정됐다. 이에 전용 59㎡ 기준 5억5325만~6억2350만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5000만원 가량은 높은 수준이다. 역시 조합원 분양가가 더 저렴한 것을 고려하면 차익은 더 벌어질 수 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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