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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방통위여, 차라리 '방송'을 떼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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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이정일 기자] '방송 장악이냐, 방송 정상화냐.'

방송통신위원회를 둘러싼 최근의 정쟁은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이사진을 교체해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야당과 언론단체. "잘못된 방송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여당과 정부. 이 와중에 윤석열 정부 들어 방통위원장만 벌써 세번째다.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은 3개월·6개월만에 사퇴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취임 이틀 만에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면서 직무가 정지됐다.

불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로 튀었다. 과학과 통신 등 현안은 뒷전이고 인공지능(AI) 관련 법도 멈춰 섰다. 방송이 정치 쟁점화되면서 블랙홀처럼 삼켜버린 탓이다. 야당 주장처럼 공영 방송은 권력에 장악당한 것일까. 아니면 여당 말마따나 야당이 발목을 잡는 것일까.

정치가 아닌 산업 측면에서 접근해보자. 지난달 27일 새벽 2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 파리올림픽 개막식. 지상파 3사 합계 시청률은 3%에 불과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개막식 합계 시청률(17.2%)의 6분의 1 수준이다. 반면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이용자가 최대 8배까지 늘었다. 지상파는 '완패'했고 뉴미디어는 '완승'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스마트폰과 TV의 시간 점유율 경쟁’ 보고서는 더 노골적이다. 2023년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은 126.4분으로 2019년(108.8분)보다 약 18분 증가했다. 반면 TV 시청 시간은 138.1분으로 2019년(162.4분)보다 24분 정도 감소했다. 7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줄었다. 20대는 무려 62.5분, 30대도 53.3분 감소했다. 반면 10~20대 OTT 이용률은 98%에 육박했고 30대 이용률도 95%에 달했다.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것은 자명하다. TV는 늙어가고 방송은 활기를 잃었다. TV를 떠난 시청자들은 스마트폰과 유튜브, OTT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이것이 방송이 처한 현실이다.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 출범은 여론을 주도했던 지상파의 힘을 빼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의도가 다분했다. 그렇더라도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따른 방송 통신 융합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설립 명분은 있었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TV는 지고 뉴미디어가 뜨는 변화의 시대에 정치만 과거에 머물러 과거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정치가 현실을 못 따라가는 꼴이다.

그 바람에 방통 융합 정책만 길을 잃었다. 질문은 넘쳐나는 데 답을 못 찾고 있다.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경쟁력 확보 방안은?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위반 후속 조치는? 방통위의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을 따른 통신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는 억울한 상황은 또 어쩔 것인가. 네이버와 카카오의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법제화 추진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게 많다.

사정이 이런데도 ‘방송’으로 치고받는 방통위는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때마침 과방위에서 과학과 방송·통신을 분리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내친김에 방통위에서도 공영방송 정책을 떼어내는 것은 어떨까. 안타깝지만, 그것 말고는 방통 융합을 향한 묘수가 없어 보인다.

/이정일 기자(jay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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