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수정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깜짝 스타'로 떠오른 여자 사격 10m 권총 은메달리스트 김예지(31·임실군청)가 20년의 무명 생활과 함께 올림픽 뒷이야기를 전했다.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예지는 '(올림픽 당시) 과녁에 잘 맞아도 덤덤, 빗나가도 덤덤, 요새 젊은이들 말로 쿨내가 진동한다는 반응이 있다'는 진행자의 말에 "이거를 이겨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시합에 임했던 것 같다. '내가 나를 뛰어넘지 못하면 누구를 뛰어넘을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강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일단 총을 들고 조준할 때는 머릿속에는 온통 그냥 내가 해야 할 행위에 대한 루틴들만 생각한다"며 "실탄이 총구를 나가는 순간 이미 그거는 손에서 벗어난 일이다. 과거이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 '다시 시작' '다시 시작' 이렇게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번 대회 결승전에서 쏜 한 발이 0점 처리가 되며 금메달을 놓친 안타까운 순간에 대해서 김예지는 "딱 0.01초 차이로 0점 처리가 됐다. 그 순간 정말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했다. 내가 여태까지 준비해 왔었던 게 무너지는 느낌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여러분께 금메달을 따겠다고 자신 있게 얘기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도 들었고,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그 한 발이 내 마지막 발이 아니지않나. 마지막 남은 발을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다시 준비를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냉철한 김예지도 흔들리는 시기는 있었다. 중1 때 사격을 시작해 20년간 '무명의 시간'을 지내면서 방황을 많이 했다는 그는 "아무것도 이뤄놓은 게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게 허무하더라"고 털어놨다.
김예지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아이 덕분이었다. 그는 "아이를 낳고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이가 커서 엄마를 바라봤을 때 부끄럽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책임감을 가지고 더 위로 올라가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10대 후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한 김예지는 여자 10m 공기권총 금메달리스트 오예진(19), 여자 10m 공기소총 금메달리스트 반효진(17) 등을 언급하면서 "'진짜 난 그 나이 때 뭐 했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또 '저 어린 나이에 이런 큰 무대에 선다는 게 대견하고 뿌듯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치켜세웠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경기 모습을 X(옛 트위터)에 올리면서 언급한 사실에 대해선 "처음에 그 얘기를 듣고 안 믿었다.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론 머스크와 식사 한번 하셔야겠다'는 진행자의 농담에는 "그건 영어를 못해서 안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앞서 머스크는 김예지가 지난달 28일 파리 올림픽 은메달을 딴 이후 지난 5월 국제사격연맹(ISSF) 바쿠 월드컵 당시 세계신기록을 세운 영상이 SNS에서 인기를 끌자 그를 향해 "액션 영화에도 사격 세계 챔피언이 나온다면 멋질 것 같다.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극찬했다.
/신수정 기자(soojungs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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