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올 초부터 불거진 의료대란 장기화에 따라 제약사들의 실적 부진 우려가 있었으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전혀 달랐다. 한미약품 등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세를 구가한 기업들이 적잖았다. 다만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등 여파로 수익성이 떨어진 제약사들은 하반기에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약사들의 2분기 실적이 잇달아 공개되고 있는데 여러 회사의 매출과 수익성은 이전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이슈가 재점화됐음에도 견조한 2분기 성과를 냈다. 매출액은 3781억원, 영업이익은 581억원, 순이익은 47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 대비 각각 10.3%, 75.3%, 150.6%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호실적 배경에는 중국 자회사 북경한미의 전반적인 성장과 복합 신약의 매출 성장 등이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경한미의 2분기 매출액은 9.6% 증가한 987억원 상당을 기록했고, 영업이익과 순수익도 각각 15.0%, 12,0% 증가했다. 또한 회사가 개발한 이상지질혈증 복합 신약 '로수젯'의 처방액이 16.6% 오른 511억원을 달성했고, 고혈압 치료 복합제 '아모잘탄패밀리'도 362억원 매출을 거둬들였다.
의료 대란으로 인한 국내 처방 실적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는 수출로 만회했다. 한미약품의 수출 실적은 2분기 별도 기준 578억원(기술료 수익 제외)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상승했다. 지역별 매출은 일본에서 41%, 유럽과 중국에서 각각 17%, 14% 비중을 차지했다. 품목별로는 완제품 및 기타가 53%, 원료의약품(API)이 47%를 보였다.
보령도 주요 제품 선전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상승세를 보였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45% 증가한 4892억원, 영업이익은 4.09% 늘어 365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순이익은 107.6% 증가한 470억원이다.
2분기 실적 역시 성장했다. 보령의 2분기 매출액은 255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7% 늘었고, 영업이익은 5.69% 증가한 201억원이다. 순이익도 109.29% 급성장해 236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령에 따르면 회사의 전문의약품(ETC) 전 부문이 성장한데다, 고혈압 신약 '카나브'가 처음으로 반기 매출 700억원대를 달성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항암제 부문은 지난해 처음으로 반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에는 8% 이상 매출이 신장했다. 또한 항암제 '젬자' 상반기 매출이 23% 증가한 것도 한몫했다.
보령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도 만성질환 치료제와 항암제를 두 축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다양한 자가 제품 개발을 통해 수익성 강화하는 등 지속 성장 토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HK이노엔의 경우, 2분기 매출액 2193억원, 영업이익 243억원, 순수익 174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으며, 영업이익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9% 늘었고, 순이익은 19.4% 확대됐다. 주요 제품들의 매출 증가가 이번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HK이노엔의 이 같은 실적은 위식도 역류질환 의약품 '케이캡'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케이캡의 2분기 원외처방 매출이 역대 최대 467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보령과 공동 판매 중인 카나브 등이 실적에 일조했으며, 당뇨병 의약품 '직듀오'와 '시다프비아' 등 당뇨·신장 계열 제품 합산 매출도 987억원 상당을 기록했다.
수액 제품 역시 의료공백 여파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한 290억원의 매출을 보였다. 영양수액제 매출은 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28%가량 증가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뿐만 아니라 순환기, 당뇨, 수액제 등 다른 ETC가 고르게 성장했고 숙취해소제 '컨디션'과 음료, 비음료 등 매출 모두 고르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과 달리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등 여파로 수익성이 줄어든 회사들도 있었다.
먼저 유한양행은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8%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35.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라이선스 수익이 59.8% 줄어들어 5억5500만원에 그쳤고, R&D 비용에 39.8%로 늘어난 535억원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회사의 분기 R&D 투자액이 5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0년 4분기 이후 약 4년 만이다.
종근당도 다소 부진한 성적을 냈다. 2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2% 상승했지만, 매출액은 1.7%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34.6% 줄었다. HK이노엔과 진행하던 케이캡 공동 판매 종료와 R&D 개발 비용 증가에 따른 결과다.
다만 이들 회사의 하반기 성과를 주목해야 한다는 증권가 분석이 잇따른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J&J)의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에 대한 미국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가 발표될 수 있다"며 "당장의 영업실적 성장 정체보다 상업적 잠재력에 주목할 필요 있다"고 설명했다.
종근당의 경우 셀트리온제약, 대웅제약과 각각 공동 판매 중인 간질환 의약품 '고덱스', 위식도 역류질환 약 '펙수클루'의 매출 증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김혜민 KB증권 연구원은 "고덱스의 경우 2024년 예상 매출 규모가 700억~8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분기 기준 60.3%의 성장률을 보이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펙스클루는 지난 6월부터 매출이 반영되며 6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연내 500억원 수준의 매출 기여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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