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길어지면서 국내 배터리 3사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1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SK온의 배터리 사업은 영업손실 460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분기 적자 규모는 전 분기 3315억원 대비 1000억원 이상 확대됐다. 매출은 1조5535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301억원 줄었다. 이로써 SK온은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다른 배터리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삼성SDI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280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37.8% 감소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영업이익이 195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7.6% 줄었다.
이같은 상황은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와 메탈가격 약세로 판가가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 31일 기준 kg당 81.5위안으로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지난 5월 6일(109.5위안)과 비교하면 약 두 달 만에 25.57% 떨어졌다. 양극재 핵심 광물인 니켈 가격도 하락세가 가팔랐다. 지난 5월 20일 톤(t)당 2만1275달러까지 치솟았던 니켈 가격은 지난 31일 기준 t당 1만6255달러로 급락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리튬·니켈 등 메탈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성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배터리 셀 제조사와 메탈 가격에 연동한 판가를 토대로 납품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이다. 리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 배터리 기업은 이미 높은 가격에 구매한 리튬으로 만든 배터리 제품을 낮은 가격에 내놔야 한다. 원자재 가격은 높고 제품 가격은 낮은 역래깅(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이익 감소)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양적 확장' 보다 '내실 추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K온은 하반기 운영 효율성 개선과 원가 절감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전사 차원의 원가 절감 활동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며 "생산·구매 경쟁력 제고 등 기존의 운영 효율성 개선 노력은 물론이고 불요불급한 비용 발생이 없었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 목표를 당초 4~6% 성장에서 전년대비 20% 이상 감소로 축소했다. 또, IRA에 따른 수혜 규모도 연초 제시한 45∼50GWh에서 30∼35GWh로 낮춰 잡았다.
아울러 전방 수요 변화를 관찰해 생산시설 신·증설 속도를 조절하고, 기존 전기차(EV) 생산라인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전환을 통해 각 생산거점 별로 생산설비 가동률을 끌어 올린다. 이에 더해 현재 진행 중인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부분에 한해서만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하반기에 캐즘 극복을 위한 매출 극대화,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용 구조 혁신, 시장 선도를 위한 미래 기술 확보 등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전고체 전지 샘플 공급을 5개 고객사로 확대하는 등 전고체 전지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리튬인산철(LFP) 개발 라인을 구축해 오는 2026년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46파이 원형 전지는 모빌리티용 신규 고객을 확보해 당초 계획보다 한 해 앞선 오는 2025년 양산을 진행하기로 했다. 파우치형 전지는 플래그십 모델의 판매 증대와 신규 플래그십 모델의 적기 진입을 추진한다. 또, 최근 미국 최대 전력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전력용 ESS 프로젝트 수주를 확보하는 등 삼성배터리박스(SBB)를 기반으로 주요 고객사들과 장기 공급 물량을 추가 협의 중에 있다.
/홍성효 기자(shhong082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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