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고객님 앞에 6만3440명, 뒤에 570명 대기 중입니다."
30일 오후 3시께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뜬 메시지다. 휴대폰을 이용해 접속해보니 여전히 대기자가 적지 않았다. 앱 기준으로 접속한지 6~7분 만에 청약홈 앱의 메인 화면이 떴다.
팝업 메시지를 통해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 접수는 금일 오후 5시30분까지 청약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나왔다.
전날 '래미안 원펜타스' 특별공급에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까지 큰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곳들이 일제히 청약에 돌입하면서 한국부동산원의 청약홈에 이례적으로 청약 접수 기간을 연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벌써부터 청약 경쟁률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런 현상은 서울을 중심으로 인기 단지와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분양 단지에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은 전날 오전 9시부터 온라인으로 받은 청약 접수 단지 10곳의 마감시간을 기존 오후 5시30분에서 오후 11시까지로 연장했다. 대상 단지는 '래미안 원펜타스', '동탄역 롯데캐슬',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2단지' 등 10곳이다.
또한 전국에서 청약통장 없이도 가능한 '동탄역 롯데캐슬'의 무순위 청약 물량은 29일만이 아니라 30일까지 접수를 받기로 했다. 접수 마감 시간의 연장은 전날에 한정해서 운영해 30일의 청약 접수 기간은 종전과 똑같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다.
이처럼 청약 접수 시간을 연장한 것은 청약홈 역사상 처음이다. 과거 금융결제원이 운영했던 '아파트투유' 시절에는 이따금씩 발생했지만, 청약 접수 서비스를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으로 이관된 2020년 2월을 이후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청약홈은 지난해 6월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흑석리버파크자이' 무순위 청약에서 93만명이 몰리며 접속 지연됐다. 지난 2월에도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아파트 무순위 청약에 101만명의 신청자가 몰리면서 접속이 지연됐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과거에 서버를 크게 확충해 동시에 수용 가능한 인원을 늘렸다"면서도 "(관심 단지) 3곳의 일정이 몰리다 보니 접속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날 청약 접수 시간을 연장한 것은 시행사 등 사업주체와사전에 협의해서 진행한 것이라 문제는 없다"며 "이번 청약은 특이한 상황으로 현재는 서버의 동시 접속 인원 등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지금(30일)은 비교적 원활하게 접속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거나 접속자수가 많아질 수 있다면 관련 부분을 확충하려는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래미안 원펜타스 특별공급에서 114가구 모집에 4만183명이 신청하면서 평균 35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2월 '메이플자이’ 특별공급 때는 81가구 모집에 1만18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이 123.7대 1을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쟁률이 약 3배에 높다.
동탄역 롯데캐슬의 경우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한 무순위 청약 물량 전용면적 84㎡ 1가구는 청약 기간이 30일까지 연장되면서 벌써부터 앞서 공급된 다른 단지의 무순위 청약 경쟁률을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3가구 무순위 청약에는 101만명 넘게 몰린 선례가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시세 차익이 크게 기대되는 단지를 중심으로 '일단 청약을 넣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까닭이다.
래미안 원펜타스의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으로 23억원 중반대로 약 20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 인근의 래미안 원베일리는 전용 84㎡는 지난 5월 42억3000만원에 매매 거래가 체결됐다. 동탄역 롯데캐슬의 분양가는 지난 2017년 12월 당시 공급 가격으로 나와 역시 수억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된다. 계약 취소 물량 중 전용 65㎡는 3억6300만원, 전용 84㎡는 4억7200만원이다. 이 단지의 전용 65㎡는 지난 3일 12억25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달 전용 84㎡는 14억5500만원에 거래됐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무순위에는 청약 통장과 관계없이 단순한 투자 수요가 몰리는데, '동탄역 롯데캐슬'처럼 저렴한 분양가로 큰 시세 차익이 발생하는 좋은 입지의 단지는 당분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이를 전체 청약 시장을 대변하는 사례로 보기는 어려운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는 달라 나날이 높아지는 분양가에 분양가상한제로 묶어 놓은 상급지에서 나온 단지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마포·용산·성동구와 같이 서울 중위 아파트값 이상의 지역에서 래미안 원펜타스의 청약을 노리는 수요자들이 큰 시세 차익을 기대하며 청약에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의 분양가상한제 규제 지역만큼 시세 차익이 크게 발생하는 지역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청약자들이 더 몰렸다는 분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95.75대 1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서울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105.8대 1로 전국 평균(6.2대 1)와 비교해도 크게 높았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