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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명품의 배짱, 그리고 불편한 시선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385만원짜리 디올 가방 원가는 8만원."

지난달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의 원가 논란이 불거졌다. 단순히 가격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디올이 최저 위생기준에도 못미치는 공장에서 중국과 필리핀에서 온 불법 체류자들을 주로 고용해 24시간 혹사시킨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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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마음 속 명품은 비록 고가여도 오랜 기간 쌓아온 명성을 바탕으로 장인이 한땀한땀 만든다는 인식이 담겨 있는데 이에 대한 배신감까지 생기게 됐다.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고,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디올에 대한 불매운동 목소리까지 일었다.

명품 업체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명품 시장 중 하나인 한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대다수 명품 브랜드가 기습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음에도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인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2022년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디올 사태와 함께 공고할 것 같던 분위기도 살짝 흔들리는 듯 보인다. 품질이나 디자인은 그대로인데 가격은 시도때도 없이 오르면서 소비자가 느끼는 피로감도 한몫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혔을 당시에는 소비자들이 몇시간씩 줄을 서서 구매하기도 했지만 해외여행을 가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불황 속 소비 심리가 위축된 영향도 있다.

실제로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백화점의 올해 2분기 명품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1분기보다 줄었다. 롯데가 1분기 10%에서 2분기 5%로 떨어졌고, 신세계는 14%에서 8%로, 현대는 12%에서 11%로 감소했다.

이탈리아 주얼리 브랜드 다미아니는 지난해 한국에서 영업이익 18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9% 감소한 수치다. 그럼에도 다미아니는 이달 초 국내에서 전 제품 가격을 7~12% 인상한 바 있다.

한국 시장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명품 업체들이 한국 사회에 내는 기부금은 터무니 없이 낮다는 점도 꾸준히 지적받고 있다. 까르띠에, 반클리프아펠, 쉐론 콘스탄틴, 피아제 등 럭셔리 주얼리와 시계 브랜드를 다수 소유한 리치몬트 코리아는 지난해 한국에서 1조5014억원을 벌었는데 기부금은 0.04%에 해당하는 5억7000만원에 그쳤다. 에르메스 코리아도 매출이 증가했지만 2022년 대비 기부금을 줄였고, 디올도 지난해 국내에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지만 기부금으론 1920만원을 냈다. 루이비통은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국내에서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중국에선 매출 감소와 과잉 재고 해결을 위해 명품 기업들이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그런 움직임도 전혀 없다. 오히려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인식 속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명품 업체들의 배짱이 언제까지 계속될 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 노동력 착취와 가격 인상의 소용돌이 속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에서 고공 성장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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