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K-방산이 연일 수주를 이어가며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갈등이 K-방산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놓고 양사가 공방전을 펼치고 있어서다. 양사 간의 갈등이 격해지자, 방위사업청(방사청)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양사 간의 소송전으로 인한 갈등은 국가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곧 해외 수주 계약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국가 차원에서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KDDX 사업은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2030년까지 총 6대를 도입하는 KDDX는 개발비만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척당 건조비는 1조원 대로 총 7조8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앞서 두 회사는 한 번씩 KDDX 관련 사업을 따냈다.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데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방위사업법 시행령과 방위사업관리규정에 따르면, 기본설계 수행 업체에 문제가 없다면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관례대로 수의계약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군사기밀 탈취와 유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도덕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불법 행위 당시 임원의 개입 정황이 있다며 경찰에 고발했고,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면서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주장하고 있다.
군사기밀 유출은 엄중한 사안이나, 지나친 내부 갈등은 오히려 K-방산의 성장성을 저해할 수 있다. 현재 K-방산업계는 호황을 맞이하며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호주 함정 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밀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호주는 호위함 11척을 발주할 예정인데, 그 계약 규모만 약 7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이에 양사는 상대의 약점을 드러내기보다 자사의 강점을 내세우며 건강한 경쟁을 펼쳐야 할 것이다. 또 단기적인 이익 추구에 머물지 말고, K-방산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들의 내부 갈등이 지속된다면 K-방산 전체의 경쟁력이 악화할 수 있다. 따라서 양사는 상호 존중과 협력의 자세로 갈등을 봉합하고, 이를 통해 K-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날개를 펼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방사청은 공정하고 투명한 사업자 선정 기준을 마련하고, 업체 간 협력을 이끌어내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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