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지난 1일 밤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사고가 발생해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 지점인 시청 교차로 일대는 평소에도 교통량이 많은 곳이다. 따라서 일방통행 차선을 거슬러 달리는 역주행 사고가 일어났다고는 좀처럼 믿기 어려웠다.
그래서일까. 사고 운전자 A씨의 '급발진' 주장은 수긍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이례적인 사고였던 만큼 이례적인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게 당연지사였다.
그러나 이후 사고 당시 CCTV를 통해 차량이 잠시 급정거한 정황, 브레이크 등이 점등되지 않았던 장면이 포착되면서 급발진이 아니라 운전자가 페달을 착각한 '페달 오인' 사고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와 함께 A씨가 68세 고령인 점이 부각되면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고령 운전자에 대한 비난과 혐오가 분출됐다. 아울러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를 강제 회수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2023년)까지 5년간 가해운전자가 65세 이상인 '노인운전자' 사고는 3만 3239건에서 3만 9614건까지 증가 추세를 보인 것은 맞다. 다만 고령 운전자 사고 증가가 고령인구 자체가 증가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손호성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부교수 분석에 따르면 총 면허 소지자 대비 교통사고 비율을 분석한 결과, 고령 운전자보다 오히려 20세 이하의 사고 비율이 더 높았다.
고령 운전자 규제는 고령자의 경제활동, 이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문제도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운수업 종사자는 전체의 23.6%(18만 7천여명)다. 국내 노인빈곤율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고령운전자 규제는 고령자의 생계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수도권과 달리 대중교통 인프라가 약한 지방의 경우, 고령 운전자들의 이동권이 역차별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시청역 사고와 관련해 '조건부 면허'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나이와 상관없이 고위험운전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아직 시청역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 적성검사 강화·고령운전자 재교육 등 지속가능한 대안, 자동비상제동장치(AEBS), 페달오인방지장치(ACPE)와 같은 기술적 대안이 먼저 논의돼야 한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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