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법무부의 소위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으로 무력화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이 22대 국회에선 한층 강화된 모습으로 검찰을 노리고 있다. 기소와 수사 권한을 각각 신설 기관인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부여해 사실상 검찰청을 폐지하는 청사진이 나오면서다. '검찰 개혁' 선봉장을 자처한 조국혁신당은 "검찰의 수사권과 범위를 진짜 줄이겠다"고 엄포를 놨다.
조국혁신당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검찰 권력(기소·수사) 해체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발의는 내달 초로 예정했다. 총 4개 법안으로 이뤄진 '검찰개혁 4법'은 제정안인 공소청법, 중수청법, 수사절차법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으로 이뤄졌다. 조국 대표가 "막강한 검찰 권력을 해체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검찰개혁 4법'은 현재 검찰청의 존재 자체를 삭제시키는 방안이 담겨 있다.
공소청과 중수청 설치는 검찰 재구축의 핵심이다. 이 중 검찰의 기소와 공소유지 권한을 이어받는 공소청은 수사의 적법성 통제 및 공소 제기, 유지 등 직무만 수행한다. 기소도 막강한 권력인 만큼, 혁신당은 공소청에 대한 견제 장치로 '기소심의위원회'도 마련했다. 수사 기관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해도 속칭 '캐비닛'(장기 미제)에 넣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시민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혁신당의 입장이다. 즉, 기소심의위는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견제 장치가 될 것이라고 보는 만큼, 향후 독자적인 법안으로써 심의에 대한 '대상·절차·위원 선정·절차' 등을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소청이 가진 기소 권한이 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당도 일부 동의하는 입장이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견제와 균형이 충실하게 갖춰졌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위험은 있을 수 있다"며 "공소청의 판단에 약간의 지위가 개입될 우려도 있지만, 기소심의위에서 결론 난 부분은 검사의 결정을 기속하는 만큼 재량이 박탈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소청법이 통과돼 시행되더라도 공소청장의 직책은 당분간 '검찰총장'으로 불릴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이라는 단어는 헌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89조 국무회의 심의 사항에는 임명에 대해 '검찰총장'이라고 명시돼 있다. 조 대표는 "개헌 전까지는 임시로 공소청장의 이름을 검찰총장으로 써야 한다"며 "최종적으로 헌법 개정을 통해 깔끔하게 이름을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소청이 기소만 담당한다면, 중수청은 검찰 기능의 한 축인 '수사'를 맡게 된다. 특별한 점은 검찰의 수사 권한을 이관 받았음에도 중수청은 '검사'를 보유할 수 없다. 즉, 독자적인 영장청구권을 갖지 못하는 만큼, 강제수사를 위한 영장청구는 공소청을 통해야 한다. 이는 공소청 검사의 견제와 감시하에서만 움직일 수 있게 제한해 '수사권 오남용'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완벽한 수사권 남용 통제를 위해 중수청을 여러 수사부서로 분할하겠다는 입장이다. △부패·공직자·선거 범죄 포괄 △경제·방위사업 포괄 △마약범죄·대형참사 포괄 등 분류된 범죄를 총 3개 부서에서 각각 담당한다. 중수청장이 아닌 수사본부장이 수사지휘를 전담하는 것도 수사권 남용을 억제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다라고 당은 소개했다.
'검수원복' 시행령으로 인해 '부패·경제' 2대 범죄로 수사 범위가 좁혀진 검찰은 중수청으로 전환되면 7대 범죄를 수사대상으로 놓게 된다.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마약·대형참사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가 대상이다.
다만 중수청을 어느 기관 산하에 놓을지가 쟁점 중 하나다. 또다른 '검수완박' 법안을 준비 중인 더불어민주당은 중수청을 행정안전위원회 산하에 두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법안이 발의된 것은 아니지만, 법무부가 사실상 수사·기소 권한을 모두 가진다는 측면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당은 자당의 '중수청법'은 결과적으로 법무부가 수사·기소권을 모두 확보했다는 우려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수청장이 아닌 본부장급들이 수사 지휘권을 가진 만큼, 청장의 지휘 남용 방지 대안은 마련됐다는 것이다. 더욱이 행안부 산하로 두자는 민주당의 주장은 "경찰청과 중수청 2개의 거대 수사기관이 생기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조 대표는 "새로운 국가기관을 만드는 일인 만큼, 산하 기관을 어디로 둘지는 민주당과 상당히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혁신당은 법무부에 두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우선 민주당 안을 보고 논의하겠다"고 했다.
검찰과 민주당의 힘겨루기는 지난 2022년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민주당은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을 수적 우위로 강행했고,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검수완박 법에 따라 검사는 '부패·경제 범죄'로 수사 대상이 좁혀졌지만, 법무부가 내놓은 시행령 묘수에 무력화됐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통해 부패·경제범죄 범위를 확대하고, 사법질서저해 범죄와 개별 법률이 검사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한 범죄는 검찰청법상 '중요범죄'로 묶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했다.
검찰과 민주당 양측 모두 완전한 승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혁신당의 시선이다. 앞의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당시는 검수완박은 아니었고, '검수덜박'이라고 할 정도로 시행령에 막히지 않았나"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혁신당의 '검찰개혁 4법'은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킬 수 없는 '보완의 보완'을 거듭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권 자체가 이미 없어지고 검사는 이제 기소 여부 판단과 공소유지를 전담하는 공소청 소속 공무원"이라면서 "수사권 문제 자체가 생길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사가 좋아서 수사를 희망하는 검사나 수사관은 (중수처로) 이직해서 좋아하는 수사를 계속하면 된다"며 "혁신당의 '검찰개혁 4법'은 수사하는 검찰청은 이제 (역사로) 사라지고 기소 판단과 공소유지, 인권 옹호에 주력하는 조직으로 재건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도 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 완박이 아니지 않은가"라면서 "언론인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도 검찰이 하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권 또는 그 범위가 줄어든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젠 진짜 줄일 것이고 정말로 줄여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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