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23일 각 후보의 출마 선언으로 막이 오른 국민의힘 전당대회 첫 '뜨거운 감자'는 다름 아닌 '10초'였다. 반윤(반윤석열)으로 자리를 잡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10초 간 통화했다는 사실이 전대판을 떠들썩하게 하면서다.
'덕담을 하는데 그게 전부였겠느냐'는 해명으로 잠잠해지는 듯 했던 '10초'는 1시간 만에 다시 전대판에 소환됐다. 한 전 위원장 뒤를 이어 출마 기자회견을 가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해외 특사 업무보고 차 용산을 찾은 일화를 언급하며 "윤 대통령이 두 의원은 방문해 식사까지 하고 갔다더라"고 말하면서다.
이에 기자들이 '전화만 한 한동훈 전 위원장은 친윤계 후보가 아니라는 뜻이냐'고 하자 원 전 장관은 "그렇다기 보다는 대통령이 식사를 초청했는데, (한 전 위원장이) 안 간 것 아니냐"고 자신의 '친윤성'을 다시 은근히 드러냈다.
'누가 윤석열 대통령과 더 가깝나'가 여당 전당대회를 다시 집어 삼키고 있다. 주자들은 거듭된 총선 패배로 위기에 빠진 당을 어떻게 구할 지 고민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당대표에 당선될 수 있을 지를 궁리하는 듯 하다.
전대 첫 일성으로 '한동훈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밥을 먹지 않았다'고 굳이 밝힌 원 전 장관의 의도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직후에도 윤 대통령의 식사 초청을 거절하면서 용산과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지난 전당대회 당시 '연판장'의 쓰라린 기억이 있는 나경원 의원 역시 '찐윤' 이철규 의원과의 '나-이 연대설'이 불거졌을 때 '언짢다'며 손사래를 친 바 있다. 원 전 장관 입장에선 힘을 들이지 않고 친윤 표를 모두 가져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진짜 '당을 구하는' 당대표가 되려면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국민의힘이 총선 패배의 수렁에 빠지게 된 데는 누가 뭐래도 '수직적 당정 관계' 탓이다.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부터 김건희 여사 문제까지, 당이 총선을 준비하면서 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온 그것이다.
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도 이를 인정한 바 있다. 국민의힘 의원 108명은 지난달 31일 개원 첫 일성으로 총의를 모아 "총선 민의를 무겁게 받으며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겠다. 신뢰를 바탕으로 '건강한 당정관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을 구할 것인가. 아니면 윤 대통령을 구할 것인가. '친윤 PR'의 끝이 어떤지는 김기현 대표 체제의 불명예 퇴진으로, 나아가 총선 참패라는 결과로 이미 증명됐다. 정치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말인 '선당후사'를 생각하면,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은 한 달 남짓 남은 전대 레이스에서 무엇을 내세울지 다시 곱씹어봐야 한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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