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효진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이탈리아에 세워졌다.
일본 정부의 방해 공작에도 이탈리아 스틴티노시 당국은 소녀상이 모든 여성의 인권 보호를 의미한다면서 뜻을 꺾지 않았다.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매체 유니오네사르다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스틴티노시의 콜롬보 해안에서 소녀상 제막식이 진행됐다. 소녀상이 설치된 곳은 스틴티노 시청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으로, 관광객이 자주 찾는 해안가의 공공부지에 설치됐다.
이번 소녀상은 독일 베를린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설치됐다. 해외에서는 총 14번째다.
소녀상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 식민·점령지 여성을 대상으로 저지른 성노예(위안부) 강제 동원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한국 시민 단체 '정의기억연대’가 세우는 조형물이다.
특히 사르데냐섬 소녀상 옆에는 '기억의 증언’이라는 제목의 긴 비문이 별도 안내판으로 설치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수많은 소녀와 여성을 강제로 데려가 군대의 성노예로 삼았다는 등의 내용과 일본 정부가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며 소녀상을 철거하려고 하는 움직임에 대한 강한 유감 등이 담겨 있다.
일본 측은 거세게 항의했다. 스즈키 사토시 주이탈리아 일본 대사는 리타 발레벨라 스틴티노 시장과 만나 제막식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스즈키 대사는 일본이 이미 사과하고 피해 배상금 지급을 위한 절차가 진행중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여성 인권 변호사 출신인 발레벨라 시장은 "한국 측의 입장을 들어본 뒤 검토할 예정"이라면서도 "소녀상을 철거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막식 행사에서는 "나는 여성과 전쟁 중 그들에게 가해진 폭력이 있다고 믿는다"며 "지금 우리가 추모하고 있는 한국인 희생자들은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아프리카 등 지금 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세계 모든 여성을 대표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교도통신은 발레벨라 시장이 제막식 전날인 21일 일본 교도통신 측과 만나 소녀상 비문에 "(한국 시민단체의) 일방적 주장이 적혀 있다"며 "문구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정의연 측은 이와 관련 "발레벨라 시장은 '내용 변경을 언급한 적도, 향후 변경할 계획도 없다’고 한다"며 "대사 일행에 기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불쾌해했다"고 밝혀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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