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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위기] 트럼프의 '더 파! 더 파!'→"더 줘! 더 줘!"


기후위기에도 화석연료 생산 확대, 세금 감면까지 추진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더 파! 더 파!”

“더 줘! 더 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현재의 기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이 전 세계 전파를 탔다.

트럼프가 집회 참석자들이 극심한 더위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만을 강조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지 등은 “기록적 고온으로 불볕더위가 덮치면서 트럼프의 라스베이거스와 피닉스 집회 후 지지자들이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전했다.

‘드릴, 베이비, 드릴’은 기후위기 시대임에도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고 업체에 세금 감면까지 해주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녹색 에너지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문구로 통한다. 값싼 에너지를 통해 경제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트럼프의 My Way’인 셈이다.

가디언 지는 “수십 명의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뜨거운 미국 남서부에서 열린 그의 집회에서 의료 지원을 요청했다”며 “그럼에도 화석연료를 더 생산하겠다는 ‘드릴, 베이비, 드릴’만 외치던 트럼프를 향해 기후 운동가들은 ‘극한의 기후’를 더 악화시킬 것이란 비난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지역 소방국은 지난 일요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트럼프 집회에 참석한 총 24명이 더위로 ​의료 조치가 필요했고 이 중 6명은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설명했다. 지난주 목요일 피닉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트럼프의 연설을 기다리던 중 열사병으로 추가 11명이 병원에 입원해야 했던 사건도 있었다.

트럼프는 일요일 연설에서 기온이 약 32도에서 38도까지 올라간 정오쯤 라스베이거스 집회가 시작되면서 극심한 더위를 언급했다. 그는 “110(화씨)인데 나에게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시대라고 하는데 자신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기후위기에 대해 늘 ‘사기극’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비과학적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정작 미국 항공우주청(NASA),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 자국의 연구단체에서 내놓은 과학적 데이터조차 신뢰하지 않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불볕더위는 지난주 미국 남서부 대부분을 강타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애리조나까지 이어지는 지역에서는 기온이 43도 이상으로 치솟았다. 본격적 여름이 시작되기 이전에 애리조나와 네바다의 약 절반에는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지난주 금요일, 피닉스는 45도에 달했다.

기후 과학자들이 지목하는 불볕더위 원인은 명확하다. 그동안 인간 활동으로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지구가 가열됐고 이 때문에 극단적 폭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폭염이 더 느리게 이동하고 더 오래 지속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가디언 지는 “지난해 발표한 여러 기후 관련 보고서를 보면 유럽과 미국에서 경험한 타는 듯한 더위는 인간이 초래한 지구 가열화의 영향이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My Way’는 더 나아갔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석유와 가스 생산을 가속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드릴, 베이비, 드릴’을 외치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등 조 바이든 대통령의 탄소 저감 정책을 두고서는 “미친 짓(insane)”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화석연료를 늘리겠다며 석유와 가스업체에 캠페인 기부금으로 10억 달러를 요청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이른바 ‘내가 너희들의 방패막이가 돼 줄 테니 ‘더 줘! 더 줘!’라며 투자하라’는 식이다.

알렉스 글래스(Alex Glass) 클라이밋 파워(Climate Power) 운동가는 “도널드 트럼프는 현실적이고 매우 위험한 폭염 때문에 사람들이 그의 집회에서 기절하고 있는 동안 기후위기를 오히려 부채질하고 있는 석유 대기업 경영진에게 ‘드릴, 베이비, 드릴’을 외치고 있다”고 직격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줄여야 할 화석연료 업체에 ‘더 파, 더 파’라고 외친 뒤 ‘더 줘! 더 줘!’라고 요구하는 꼴이라는 거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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