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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K-바이오 합종연횡 '붐'


동아에스티-일동, 표적항암제 파이프라인 위해 '협력'
HK이노엔-대웅은 소화성 궤양치료제 시장 양분

[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제약업계가 달라지고 있다.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 등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상호 협력을 활발하게 진행한다. 이종 기업 간 인수합병까지 불사하는 분위기다.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연구원이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픽사베이]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약 상업화를 위해 서로 경쟁을 해오던 제약사들이 합종연횡하는 방식으로 공동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는 투입될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아에스티와 일동제약, 대원제약 등 3자간 협력이다. 동아에스티는 지난달 일동제약의 자회사인 아이디언스와 함께 표적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베나다파립(Venadaparib)'의 병용 투여에 대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동아에스티는 약 250억 원을 투자해 아이디언스의 2대 주주가 됐고, 자사의 신약 후보 물질과 베나다파립을 병용 투여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아이디언스가 개발한 베나다파립은 DNA 복구에 관여하는 효소인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를 저해하는 물질로, DNA 손상 복구 과정을 차단해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 이 물질은 기존 항암제와 달리 정상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특징이 있다. 위암, 유방암, 난소암 등 다양한 암종에 치료 효과가 있다.

베나다파립은 특히 항암제 내성이 있는 암세포에 효과를 보여 치료 옵션을 확장할 수 있다. 다른 항암제와 병용 투여 시 치료 효과 범위와 적응증을 넓힐 수 있다는 점도 발견됐다. 아이디언스 관계자는 "베나다파립 병용 요법이 기존의 표준 치료제 대비 높은 객관적 반응률(ORR)과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보였으며, HRD 위암이나 HER2 양성·음성 위암 등에도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러한 특장점을 파악한 동아에스티는 베나다파립을 활용해 항암제 파이프라인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동아에스티뿐만 아니라 대원제약과도 손을 잡고 있다. 이들은 소화성궤양 치료제인 P-CAB(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의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 계약은 지난달 말에 체결됐으며, 대원제약은 일동제약 자회사인 유노비아가 보유 중인 P-CAB 후보 물질 'ID120040002'의 후속 개발을 수행하게 된다. 대원제약은 허가 추진과 국내 제조·판매 등 전반적인 권리를 가지며, 유노비아는 일정 계약금과 로열티 등을 받는다.

P-CAB는 위궤양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 중이다. 기존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 계열 치료제보다 약효가 빠르고,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복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HK이노엔의 '케이캡'과 대웅제약의 '펙수클루'가 P-CAB 시장을 이끌고 있다.

ID120040002는 임상 1상 평가를 통해 약리적 특성과 안전성이 확인됐다. 24시간 동안 위내 산도(pH)를 4 이상 유지하는 비율이 90%, pH 6 이상 유지 비율은 60%로 나타났다. 위의 pH는 음식 소화와 병원균 제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일반적으로 1.5~3.5 수준의 산성이다.

현재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며,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고 있다. 임상 1상 결과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을 통해 ID120040002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더 검증할 필요가 있다. 임상 2·3상 결과에 따라 ID120040002가 기존 치료제 대비 빠른 효과 발현 등 차별점을 보일 경우, 케이캡과 펙수클루의 시장 양분을 깨뜨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역류성 식도염 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례적인 인수합병도 이뤄질 뻔했다. 올해 1월 12일, OCI그룹의 지주회사 OCI홀딩스와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는 그룹 간 통합에 대한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통합 반대파인 한미 창업주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 측 인사 5명이 이사진으로 선임되면서 두 회사의 통합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는 한미 오너일가가 신약 개발 부담에 앞서 휩싸인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해 통합 추진했다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무산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한미약품은 연구개발 중심의 제약 기업인 데 반해 OCI그룹은 태양광 산업을 전문으로 하는 화학기업이라는 것이다. 신약 개발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목적이었다.

OCI그룹은 기존의 화학·태양광 사업 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던 중 제약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주요였던 폴리실리콘 사업이 시장 변동성과 중국의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2월에는 부광약품의 지분 11%를 약 1461억 원에 인수하면서 제약업계에 입성했다. 신약 개발·완성 후 안정적 수익원 확보로 본 회사는 물론 제약업계에 본격 진출해 일석이조를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비록 한미약품과의 통합은 무산됐지만 OCI그룹은 제약·바이오 사업에 투자를 확대해 새 성장동력을 발굴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제약·바이오 분야에 앞으로도 계속 투자하고 정진해야겠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라며 "한미와의 통합이 계획과 달리 안 됐는데 왜 안됐는지에 대한 성찰도 있다 보니 좀 더 진중하게 접근하려 한다. 도장 찍기 전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천천히 가더라도 제대로 결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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