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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맥주병으로 대갈통을"...의령군의원, 예산삭감 반대한 여성 의원들에 폭언 '논란'


김창호 의령군의원, 동료 여성 의원들에게 폭언·욕설..."후안무치"

[아이뉴스24 임승제 기자] 경상남도 의령군의 제1회 추가경정예산(추경) 삭감 관련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삭감 명분으로 내놓은 군의회의 그간 해명들을 뒤집는 내부 증언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본지 2024.04.09, 06.04일자=의령군의회, '갑질·막말', '공사 강요' 이어 예산 삭감 '논란', 의령군의회, 예산 삭감은 "수의계약 집행권 맞다?" 보도>

예산 삭감이 군이 발주하는 공사 집행권을 얻기 위한 의회의 권력 행사에서 비롯됐다는 일부 의원들의 주장이 나온 데 이어 이번에는 예산 삭감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료 여성 의원들에게 협박적인 폭언, 모욕적인 처사를 보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7일 <아이뉴스24> 취재를 종합하면 의령군의회는 지난해 12월 2024년 본예산 의결을 앞두고 김창호 의원(무소속)이 각 상임위 별로 예산 삭감을 독려했다. 그러나 자치행정위원회 소속인 주민돈(위원장)·김봉남·김행연·오민자 의원은 같은 달 13일 효율적인 재정 운영과 군민복지 향상을 위한 필수 소요 예산으로 판단해 원안 가결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자신의 의견을 거슬렀다며 발끈했다.

 김창호 경상남도 의령군의원. [사진=경상남도 의령군의회]
김창호 경상남도 의령군의원. [사진=경상남도 의령군의회]

사건은 지역의 한 음식점에서 일어났다.

이날 의회는 오전 일정을 마치고 의령군 내 한 음식점에서 점심 식사를 하던 중 김창호 의원이 여성 의원들을 향해 예산 가결을 해준 것에 분개하며 "맥주병으로 대갈통을 깨뜨릴까"라는 등 폭언과 낯뜨거운 욕설을 퍼부었다. 일순간 좌중은 찬물을 끼얹듯 조용해졌고, 김규찬 의장이 나서 말이 너무 심하다고 김 의원을 꾸짖으며 사건은 크게 번지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 후 김행연 의원이 폭언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며 김창호 의원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으면 법적 처리할 것이라고 밝혀 결국 김 의원이 다음날 사과를 하면서 일단락됐다.

여기에는 김규찬 의장을 비롯해 폭언을 행사한 김창호 의원과 여성인 김봉남·김행연·오민자 의원이 동석했다. 또 의회 전 직원(남·녀 포함)들도 함께 했다.

당시 김창호 의원의 폭언과 욕설은 가히 충격적이다. 5개월이 지난 지금에도 당시 충격이 쉬이 가시지 않는다는 증언이 잇따른다.

여성 의원들은 "김 의원이 식사 자리에서(예산 원안가결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며 '맥주병으로 대갈통(사람 머리의 속된말)을 깨삘라'라고 했다"며 "순간 모욕적인 욕설에 화가 났지만 반면 너무 무섭기도 해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했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이어 "(김 의원의 폭언과 욕설이) 의회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당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모멸감으로 자괴감이 들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면서 "다시는 떠올리기조차 싫다. 지금도 김 의원을 보면 당시 기억이 떠올라 소름이 끼친다"고 분개했다.

현장에 동석했던 한 여성 공무원도 당시 상황을 전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의원들 간 얘기 도중에) 갑자기 여성 의원들이 원안 가결에 찬성했다고 답변하니까 김창호 의원이 여성 의원들을 향해 거친 폭언을 스스럼없이 쏟아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인 저희들도 심한 충격을 받았는데 당사자인 여성 의원들은 얼마나 충격이 크겠느냐"며 "김 의원의 발언이 나오자 아무도 저항하지 못하고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식사만 했다. 국수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 분간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했다.

의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예산 삭감에 동조한 한 의원은 "당초 쉬쉬하며 막는다고 덮어질 성질의 사건이 아니었다. 언제 가는 드러날 사건이었고 같은 동료 의원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수치스럽다"며 "이번 김 의원의 폭언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설령 시점이 이번 추경이 아니지만 집행부를 쥐락펴락하기 위해 항상 예산 삭감을 기획했다는 것이 만천하에 알려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의회가 예산 삭감에 대해 아무리 정당화를 주장해도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올 것이다. 의회가 자충수를 둔 격"이라며 "이쯤 되면 의회가 한 발짝 물러서 명분 없는 집행부와의 힘겨루기로 예산 삭감에 사활을 걸 것이 아니라 군민들의 안위를 위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할 때"라고 의장단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창호 의원과 김규찬 의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앞서 지난 4일 일부 군의원들이 예산 삭감 이유로 의회가 집행부에 수의계약 공사 집행권 등 이권을 노린 실력 행사라는 주장에 대해 김 의장과 김 의원 등은 언론의 취재를 의도적으로 피하면서 의혹을 키우고 있다.

또 김창호 의원이 예산 삭감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 여성 의원들에게 폭언과 낯뜨거운 욕설을 퍼부은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군의회의 예산 삭감은 시간이 갈수록 설득력은 물론 명분도 잃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령군과 군의회는 연일 추경을 들고 반박·재반박을 거듭하는 등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국‧도비 보조사업 추진에 필요한 예산 88억원과 추가로 확정된 66억원 등 1·2회 추경이 군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날려 버릴 위기에 직면했다. 만약 이들 사업이 제때 완료하지 못하면 추후 국‧도비 지원 사업에 패널티까지 받게 된다.

이에 결국 피해는 애먼 군민에게 돌아올 것이 자명해 지역사회 안팎에선 연일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령=임승제 기자(isj20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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