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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도 동결해도 문제"…원유(原乳) 가격 협상 '딜레마'


11일부터 원유 기본 가격 협상 시작…최대 26원 인상 가능
"가격 인상 필요하긴 한데"…정부·소비자 압박에 눈치 보기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흰우유 판매 가격을 좌우할 원유(原乳) 가격 협상을 앞두고 유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원유 생산비가 오르면서 흰우유 가격 인상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정부·소비자의 압박이 여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 우유코너의 모습. [사진=뉴시스]

10일 유업계에 따르면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오는 11일 소위원회를 열어 흰우유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을 논의한다. 지난해 우유 생산비가 리터(ℓ)당 1003원으로 전년 대비 4.6% 늘어난 것이 근거다. 생산비는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로, 낙농진흥회는 매년 생산비 변동폭이 위아래로 4% 이상일 때 원유 기본 가격 협상을 시작한다. 협상은 한 달간 진행될 예정이지만, 그 기한을 넘길 수도 있다. 소위원회가 올해 가격을 정하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8월 1일부터 인상분이 반영된다.

각 유업체는 원유 가격을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관행적으로 낙농진흥회가 결정한 원유 기본 가격을 준용해 왔다. 올해도 마찬가지일 전망이다.

올해 원유 가격 인상폭은 생산비 상승분에 지난해 음용유(마시는 우유) 사용량이 전년 대비 2% 감소한 상황을 감안해 생산비 상승분(ℓ당 44.14원)의 0~60%인 ℓ당 0~26원 범위에서 결정된다. 논의 결과에 따라 원유 가격이 동결될 수도, 최대 ℓ당 26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원유 ℓ당 69~104원 범위에서 인상폭을 논의해 음용유 기준 가격을 ℓ당 88원 올린 바 있다.

유업계는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낙농가 의견이 받아들여질 경우 원윳값이 오르고, 이는 곧 흰우유 가격 인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흰우유 특성상 원가 비중이 높고 기타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오른 원윳값을 감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흰우유는 사실상 이윤이 남는 제품이 아니다.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손해를 보고 팔 순 없으니 원유 가격이 오르면 자연히 흰우유 가격도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일 경기 고양시 일산 문화광장에서 세계 우유의 날(6.1)을 맞아 열린 '밀크 앤 치즈 페스티벌'에 참석해 참가 업체 부스에서 유제품을 시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흰우유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여느 때보다 크단 점이다. 유례없는 고물가가 지속되며 줄인상 되는 식품 가격을 두고 소비자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흰우유의 경우 가격이 오르면 우유를 원료로 쓰는 치즈, 발효유,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함께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기에 더 주목받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해 우유 가격이 기록적으로 오르면서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치즈, 발효유 등 유제품 가격도 가파르게 오른 상태다.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라는 정부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물가 인상을 우려해 원유 기본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할 방침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일 우유자조금이 주최하는 '제9회 밀크앤치즈페스티벌'에 참석해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최근 고물가 영향으로 국민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은 만큼 낙농업계가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국민들에게 유제품을 잔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극적으로 원윳값이 동결된다고 해도 개운하지만은 않다. 인건비, 물가 상승 등으로 가격 인상 필요성이 절실한 탓이다. 지난해에도 원유 가격은 8.8% 올랐지만, 유업체는 대형마트 기준 3~4% 선에서 가격 인상을 멈춘 바 있다. 대형마트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900㎖~1ℓ 흰우유 가격이 3000원을 넘지 않도록 인상 폭을 최대한 낮게 책정했기 때문이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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